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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태: 한국 정치의 민낯과 민주주의의 과제

by 이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계엄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낸 행보는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이를 부정선거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국정운영 실패를 국민 탓으로 돌리려는 책임 회피의 전형이었다. 대국민 담화까지 이어진 일련의 조치는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단순히 이기적인 수준을 넘어선, 차원이 다른 행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대응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여당은 명예와 존속에만 골몰했고, 야당은 권력을 쟁취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여당은 이번 사태에서 탄핵을 주도함으로써 보수정당으로서의 품격을 회복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여당은 신속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야당은 감정적 호소를 바탕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집중했다. 결국 여당과 야당 모두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보다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정치인의 정책 결정 권한이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만약 여야가 협력하여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면, 계엄령이 내려진 지 불과 5일 만에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은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더 큰 문제는 여야의 권력 다툼이 국민, 특히 20~40대와 같은 주요 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강력한 감정적 호소로 표를 얻으려 하지만, 이는 국민들에게 감정적 피로감만 남길 뿐이다. 이번 탄핵 논의에서도 법적 판단보다는 ‘국민의 요구’라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구호가 중심이 됐다. 법적 근거와 체계적 논의가 부족한 이런 정치 행태는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계엄선포와 탄핵 소추한 폐지까지 과정은 현재 한국 정치 양태는 권위주의에 입각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이 사실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진정성 있게 해결하기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위주의 위에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서 협력 정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 정치권이 독일의 선거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는 국민이 행사한 표만큼 의석수가 결정되므로 사표가 줄어든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다면,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대다수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과 함께,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표현될 수 있는 정치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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