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걷는 일

이 도시에서 때로는 초속 5cm의 속도로

by 생활모험가

브롬톤을 만나고부터 마치 몸에 페달이

생긴 것처럼 두 바퀴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쏘다니던 나는 어느 날인가부터

새삼스러운 공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내가 사는 곳, 일하는 곳, 종종걸음으로

다니기 바쁜 출퇴근길, 단골집, 근처 공원, 회사 업무로 오가는 곳 등 아주 익숙한 공간들로 말이다.


브롬톤을 타고 나에게 익숙한 공간을
다니는 것은 곧 바퀴로 걷는 일이었다.


두 발로 걷던 길을 브롬톤의 두 바퀴로 달리는 기분은 사뭇 남다르다. 자동차보다는 느리지만 걷는 것보다는 빠른 브롬톤의 속도, 그 친근한 속도로 달리다 보면 네 바퀴나 두 다리의 그것과는 다른 두 바퀴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두 바퀴로 걷자면,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꽃의 빛깔이 더 또렷하게 보이고, 철마다 다르게 익어 가는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는 청과점의 과일 풋내조차 무심히 넘길 수 없게 된다.



집으로 가는 무미건조한 지름길이 아닌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정겨운 그 길을 두 바퀴로 지나가 본다.

바삐 지나느라 늘 그냥 지나치곤 했던 일상의 풍경들은 브롬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니 퍽 낯설게 다가오곤 한다.



종종 걸음으로 바삐 지나던 거리도, 단골집이 있어 자주 드나들던 그 동네도, 회사 업무로만 왔던 곳도, 자동차의 엔진이 아닌 나의 엔진의 힘으로 움직일 때, 특별한 의미가 된다.



이렇게 브롬톤의 안장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자면 일상 풍경도 뜻밖의 선물처럼 새삼스럽다.




글 : 블리
www.instagram.com/bliee_
사진 :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www.soro-soro.com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