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교토의 기록1
느즈막한 가을날, 교토로 떠나기로 하면서 마음먹은 한 가지.
'단 며칠이라도 그곳에 사는 것처럼 머무르자'
짧은 머무름이지만, 있는 동안은 그곳에 사는 것처럼 지내고 싶었다.
부러 맛집이나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기로, 그렇게 마음먹고 떠난 교토.
단 하루라도 살아보는거야, 이곳에서.
걸려있는 그림을 보듯 관광하는 것보단 실제로 그림 속으로, 그 풍경 속으로 뛰어들어가 나 자신이 그곳 풍경의 하나가 되는 것.
나의 여행은 늘 그러했다.
중심지에서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는 모험 또한 그러한 움직임 중 하나다.
아침 저녁마다 타박타박 산책할 수 있는 조용한 동네, 그런 곳에 머무르고 싶었다.
그렇게 잡은 숙소는 시내로 나가려면 족히 한시간은 잡아야 하는 곳이었지만, 그런것쯤이야 내가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되었다.
버스 한대를 놓치면 한 시간씩은 기본으로 기다려야만 했던 자그마한 외곽 동네.
나와는 다른 시간을 사는 듯, 느긋하고 고요한 그곳의 시간 속에서 난 가끔 길을 잃기도 하고 눈 앞에서 버스를 놓쳐버리기도 하며 허둥댔지만, 그 허둥거림 덕분에 조금 쉬어갈 수 있지 않았나. 돌이켜 그리 생각해본다.
타박타박, 조금 더 느리게 거닐었던 교토의 시간.
저녁 다섯시면 깜깜해지곤 했던 그곳의 긴긴 밤, 나는 때때로 동네 청년들의 아지트인 라멘집에서 허기를 달랬고, 밤 열시까지 문을 여는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 한참을 책을 읽다 오기도 했으며, 오래된 책들이 켜켜히 쌓여있던 헌책방에서 보물찾기를 하기도 했다.
아침이면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 조용한 거리를 거닐었고, 어느 책에선가 본 듯했던 명소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갔다. 마치 나와는 관계없는 곳들인양 그렇게.
나의 교토는 그렇게 천천히 물들어갔다.
글 :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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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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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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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