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서점을 거닐다

늦가을, 교토의 기록3

by 생활모험가

낯선 곳에 가면 나는 꼭 습관처럼 서점을 찾는다.

책들로 빼곡한 익숙한 공간에서는 내가 이방인이란 생각을 잊기 때문일까.


P1170886.JPG


비슷한 듯 다른 이국의 종잇장을 넘기다보면 익숙한 종이 내음에 어느샌가 마음을 놓아버리게 된다.
관광지보다도 궁금했던 교토의 서점들, 마음 끌리는대로 타박타박 향하곤 했던 교토의 작은 서점 풍경.


P1170896.JPG


P1180220.JPG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케이분샤는 내가 머물던 곳과는 가까웠던 덕에, 매일 들러서 늦게까지 책을 보다 오곤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TOP10' 에 선정된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고개가 끄덕여질만큼 아기자기하고 소담스런 공간이었다. 서점이지만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케이분샤. 그곳에선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수 있는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일까, 교토에 머무는 동안 케이분샤에서 새어나오는 따스한 빛에 늘 이끌려 한참을 머물러 있곤 했다.



P1180215.JPG


교토에서 가장 재미난 서점이라 불리는 호호호좌.
여기에 서점이 있을까? 싶은 곳에 포옥 숨겨져 있던 공간. 음악조차 틀어있지 않은 이곳의 침묵을 깬 건 '촤르르르' 벽에 걸린 다트판이 요란하게 돌아가는 소리였다.
엉뚱하게도 서점 한 가운데에 놓여진 다트판이 궁금해져 돌려본 것이 그만, 온 가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야 만 것.
힘껏 돌린 다트판이 아슬아슬하게 1등의 그것을 지나치자, 가게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함께 '아아..' 하며 아쉬워했던 그날의 호호호좌.
비가 오락가락했던 흐린 날이었지만, 한산한 평일 낮의 호호호좌엔 잠시 유쾌한 햇살이 내리쬐었던 것 같다.


P1180182.JPG


음악과 책이 어우러진 자그마한 공간, 세이쿄샤.
나직하게 들려오던 음악소리와 잘 짜여진 나무 책장에선 어렴풋이 솔향기가 나는듯했다.

삐그덕 삐그덕, 위층에서 들려오던 나뭇결 소리에 슬며시 올라가보고 싶어지던 비밀스런 2층의 'staff only' 구역까지.

서울, 우리의 작업실을 떠올리게 하는 아지트같은 곳.


그리고 내가 머물던 동네 여기저기 자연스런 풍경처럼 자리한 헌책방들,
오래된 책들과 제법 최근의 책들이 한데 어우러져 무심한듯 책장과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P1170897.JPG


한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듯한 틈만 남긴채 빼곡히 채워져있던 그곳은,
조용한 숨결로 시간을 한겹 한겹 쌓아가고 있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네 익숙한 공간에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던 헌책방이었던것을..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 자꾸만 들러보았던 헌책방, 그곳은 어느 세련된 곳보다도 교토와 잘 어울렸다. 참 묘하게도.

P1180183.JPG


언제나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교토의 중심가 너머, 작은 골목골목엔 이렇게 소담스럽지만 아늑한 공간들이 포옥 숨겨져 있다.

언젠가, 당신이 교토에서 길을 헤맬지라도
그 골목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 글: 블리
www.instagram.com/bliee_

*사진: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www.soro-soro.com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