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고 겨울 여행
언젠가의 겨울에 한번 가보자,
그와 약속했던 곳이 있었다.
겹겹이 산 속에 포옥 숨겨져있는 아담한 시골마을, 시라카와고.
머지않을 언젠가의 그 날을 위해 마음 속 책갈피를 쏙쏙 꽂아놓았다.
불현듯 여행의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반갑게 와락 끌어안기 위해.
그 덕분일까. 한겨울의 어느날, 우리는 느닷없이 찾아온 휴가의 손을 잡고 시라카와고로 향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주 당연한 발걸음으로.
나고야에서 시라카와고까지 버스로 3시간.
인천에서 나고야까지 날아온 시간보다 더 먼거리를 달려가야만 했다.
‘우리 제법 멀리 가는구나’
마치 봄같던 나고야의 햇살을 뚫고
버스는 낯선 마을을 몇군데나 몇군데나 지나고 또 지났다.
몇 번의 짧고 긴 터널을 지나며,
올 한 해 지나온 나의 여러 순간들이 오버랩됐다.
가끔 짧은 터널도 지났고, 또 아주 가끔은 긴 터널의 시간도 있었을테지.
그렇게 1시간여쯤 달렸을까, 창밖 풍경은 어느새 봄에서 한겨울의 풍경으로 변해갔다.
이렇게 순식간에 풍경의 계절이 바뀔수가 있을까.
새하얀 창밖의 풍경에 벌써부터 우리의 목적지인 동화 속 마을, 시라카와고에 도착한 마냥
두근두근 설레여왔다.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모양같다고 하여 갓쇼츠쿠리(合掌造り)라 불리는 지붕양식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合掌造り): 일본의 폭설지역에서 볼 수 있는 주택의 건축양식으로, 억새로 만든 지붕이다.
억새의 교체는 3~40년에 한번씩 이루어지며, 시라카와고 마을의 주택들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일본어로 갓쇼(合掌)는 합장을 뜻한다.
전날까지 내렸다는 눈은 지붕 위로 소복소복 내려앉았고, 그 모습 그대로 마을 전체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마을 곳곳에 쌓여있는 눈들은 그곳의 당연한 풍경처럼 유난스럽지 않게,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쌓여있는 눈이 무색하게 따스하게 내려쬐던 한낮의 햇살에, 자꾸만 셔터에 손이 갔다.
찰칵, 찰칵. 셔터를 부르는 풍경들.
꺄르륵대며 눈더미를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을 따라 무심코 들어간 눈밭에 무릎까지 푸욱 빠지기도 하고.
아직 남아있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따라 나도 풍경이 돼보기로 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니 소란스럽던 거리가 유난히도 조용해졌다.
동네 이곳저곳에선 소박한 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이른 달빛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시라카와고의 밤.
낯선 언어와 생경한 풍경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마주한 한겨울의 장면들,
당신과 함께였기에 동화로 기억할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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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고 여행 TIP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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