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나고야와 시라카와고를 잇는 관문, 다카야마.
대도시인 나고야와 비교하면 소도시에 속하지만,
산 속 작은 시골마을인 시라카와고에 비하자면 다카야마는 제법 큰 도시이다.
전통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라 하여 작은 교토라 불리기도 하는 곳.
그래서인지 후루이마치나미, 다카야마 상점가의 풍경은 교토의 기온거리를 떠올리게 했다.
여행의 출발점인 다카야마역에서.
매일 아침에만 열리는 미야가와 아침시장이 열리는 미야가와 강변을 향해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때마침 포슬포슬 눈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가방 속 우산을 꺼내야 하나, 몇 초간 고민하다 그냥 맞기로 한다.
눈과 나 사이의 경계를 두지 않는 것으로,
반가운 눈에게의 마음을 대신한 것.
역에서 5분 정도 걸었을까, 작은 상점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골마을인 시라카와고에 다녀온 이후여선지, 이 정도의 시가지도 유난스레 반갑게 느껴진다.
아직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사진관.
묘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고 있는 그곳 주변을 자꾸만 서성거렸던 건,
창가에 아롱졌던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때문이었을까.
사박사박, 조금씩 쌓여가는 눈길을 걸으며 미야가와 강변에 도착했다.
연말 연초라 혹여나 아침시장이 쉬어가는건 아닐까 싶은 약간의 조바심도 있었던터라 조금은 빨라진 발걸음으로-
나의 조바심을 사르르 녹여준 반가운 미야가와 아침시장의 북적거림.
강변의 크고 작은 상점들과 마주 열린 아침시장의 노점 풍경은 마치 사이좋은 형제의 마주봄처럼 상냥하게 느껴졌다.
정성스레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 직접 기른 채소와 과일, 직접 담근 된장과 각종 양념장들을 판매하거나,
폭신폭신한 우유푸딩, 우리나라의 붕어빵같은 타이야끼, 다카야마의 명물 히다규꼬치, 당고꼬치등의 군것질거리 등등, 제법 길었던 강변을 가득 채운 시장의 볼거리는 다카야마의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던 후루이마치나미의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자,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이 나타났다.
그곳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나긋한 골목과 소박한 일상이 담겨있었다.
누군가가 정성스레 만들어놓았을 눈사람이 반갑게 우릴 맞아주었고,
'곤니찌와' 길가의 아이들은 여행자의 인사를 천진하게 받아주었다.
불현듯 여행의 순간에서 인상깊은 때는 늘 사람에게 받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는 그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여행에서 받은 따스함으로 일상의 팍팍함을 달래고,
마음이 퍼석거릴때마다 조금씩 야곰야곰 꺼내먹었던 것 같다.
나의 일상을 조금 더 달큰하게 해 줄 여행의 맛.
시장 한 켠의 난로가에 오종종 모여앉아 마셨던 할머님이 내려주신 따스한 커피의 다정한 맛이랄지,
그와 함께 나눠마신 새하얀 병 우유의 고소한 맛은
다카야마를 떠올리면 추억처럼 입가에 내내 맴도리라.
* 글: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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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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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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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