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 1호점의 고장, 히라가타 T-site에 가다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꼭 그 지역의 서점에 들러보는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
특히 일본의 서점은 어느 지역이든 들러보는데 워낙 개성있는 서점들이 많아,
갈 때마다 늘 신선한 영감을 받고 오기 때문.
주로 일본의 독립출판물이나 1인출판물도 다루는 작은 서점들을 좋아하지만, 일정이 바쁠 때는 대형서점에 들러 전체적인 트렌드를 살펴보는 편이다.
특히, 작년 도쿄에 오래 머물렀을 때 들렀던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T-site에서의 시간이 참 기억에 남는다.
타고 온 브롬톤은 테이블 옆에 세워두고,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잔뜩 책을 짊어지고 돌아온 기억.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올 때 책으로 두둑해진 캐리어를 끌고 오느라 힘은 들었지만 말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좀 더 꼼꼼하게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예로 들면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그 그늘 아래서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누가 싫어하겠어요.
CCC (Culture Convenience Club)는 그런 당연한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공간과 컨텐츠를 활용해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어요.
언젠가 매거진B- 츠타야편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올랐다.
대단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한 감정들을 소중히 발전시키는 것.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
어른인 체 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 깊이 생각하고 싶을 때, 무언가에 막혔을 때, 교감을 구하고 싶을 때 힌트를 얻고, 그것을 찾아내기까지 풍성하게 제공해주는 곳. 그리고 음악이 있는 서점. 그곳이 바로 CCC가 추구하는 츠타야 T-site이다.
우연히 츠타야 1호점이 오사카 히라가타 시였다는 걸 알게됐다. 1983년, 소비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던 시절의 일이다. 컬처 콘비니언스 클럽(CCC/ Culture Convenience Club) 를 모토로 야심차게 문을 연 츠타야가 시작된 곳. 히라가타점이 궁금해졌다.
오사카 히라가타 시에 위치한 츠타야 히라가타 T-site는 도쿄 다이칸야마, 후지사와 쇼난점에 이어 CCC가 운영하는 세 번째 점포다. 기존 T-site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생활제안형 백화점을 콘셉트로 하고 있는 히라가타 T-site는, 긴테츠 백화점이 철수한 자리라고 한다. 70년대 백화점이 번성했던 곳에 자리한 것은 지역 활기를 되찾으려는 의미도 있을 터.
게이한전철 히라가타시 역에서 내리면 바로 연결되는 츠타야 히라가타 T-site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외형으로 확연히 주변 건물에 비해 눈에 띄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 히라가타 T-site를 제외하면 주변은 일반적인 지방 소도시의 풍경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면서,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한 CCC의 판단이 자못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높은 천장과 통유리로 개방감이 좋으며, 곳곳에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연출한 센스가 눈에 띄었다.
단순한 서점을 넘어서 새로운 생활을 제안하는 '생활제안형 백화점' 답게 기본적인 서점 외에도 푸드마켓과 카페, 뷰티숍, 레스토랑, 은행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T-site 답게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한번 들어가면 오래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공간. 그러면서도 사용자의 편의에 맞춘 편안하면서도 부담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끔 푹신한 쇼파가 있고, 벽에는 흥미로운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사랑스러운 서재가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었다.
기대 앉았던 푹신한 쇼파에서 아주 잠시, 봄날의 고양이처럼 한 켠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느긋하고 나른한 시간을 보내는 달콤한 꿈을 꿨던 것 같다.
*글: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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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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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