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낯설게 바라보기

일본 친구와 서울 하루

by 생활모험가

일본인 친구인 아리사가 서울 여행을 오기로 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 아닌데도 그녀는 처음 한국에 오는 이처럼 설레고 들떠보였다.


이전 여섯번의 서울여행 경험이 있지만, 그녀의 서울은 명동 - 종로 - 동대문같은 전형적인 관광지들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엔 다른 서울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라고, 이제껏 내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을 외국 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할지 갑자기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과 그녀가 기대하는 서울 사이, 혹시나 큰 갭이 있으면 어쩌나. 조금은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뻔한 관광지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고, 다행히 그녀도 좋아해주었다.


아리사가 먹고 싶었다던 요거프레소의 메리딸기


사실 그녀의 이번 서울여행은 조금 특별했다. 그녀의 서울은 지금껏 안락하고 편안한, 생경함보다는 익숙함에 더 가까운 것이었지만, 이번 서울여행에선 그녀 스스로 그것을 깨보기로 한 것이다.


교토 여행의 기억

그 시작은 이러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교토에 갔을 때, 유명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동네들을 다닌 나를 보고는 다음 서울에선 브-리쨩처럼 여행을 해보겠다 선언한 것.


혼자서도 여행은 늘, 옳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여행의 패턴을 바꿔보기로 한 것이다. 파트너가 있던 여행에서 혼자 떠나는 여행으로, 숙소는 호텔에서 게스트하우스로, 한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동네 식당에 무작정 가보기도 하고 말이다.

그녀 인생에선 굉장한 도전이었으며, 다행히도 그 도전 속에서 만난 이들이 모두 친절하게 아리사를 맞아주었다.




아리사 스스로도 하나의 알을 깨고 나온 셈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리사가 좋아하는 즉석떡볶이


결국 우린 특별한 걸 했다기 보단, 하루종일 서울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아리사가 좋아하는 즉석떡볶이를 함께 끓여먹으며 그 뭉근하고 쫄깃한 맛에 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하고, 함께 서점에 가서 나의 책인 <시작은 브롬톤>을 구입하며 깔깔대기도 했고, 가이드북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숨겨진 동네로 그녀를 안내했으며, 가족 선물을 사러 간 마트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김과 떡볶이, 라면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나도 처음 가 본 식당과 동네를 거닐며, 그녀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 본 서울은 가끔 낯설었고, 제법 멋진 동네였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말이다.



그녀를 위해서 준비했던 이번 일정이 어쩌면 나의 서울을 돌아보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서울을 그저 복잡한 도시로만 생각했던 시절의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고 싶은 적도 있었다.



캠핑을 통해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지금은 다양한 얼굴의 서울이 사랑스럽고, 또 자랑스럽다.




지금껏 내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달콤함에 감사하며 낯선 시선으로 바라 본 서울, 나의 도시를 앞으로도 오래오래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글: 블리
www.instagram.com/bliee_

*사진: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www.soro-soro.com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츠타야의 시작과 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