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필름카메라로 담은 초가을의 도쿄, 그리고 도쿄 언저리
도쿄의 계절은 늘 서울의 그것보다 느리게 느리게 찾아오곤 합니다.
거의 눈이 내리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한겨울과 푹푹 찌는듯한 한여름.
이렇게 극단적인 도쿄의 겨울과 여름보다는 아무래도 봄과 가을에 더 마음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죠.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던 9월초의 도쿄, 일회용 필름 카메라에 담은 일주일의 기억을 조금 나누어볼게요.
<숲의 하루>의 일본 서점 판매건으로 바쁘게 뛰어다녔던 초가을의 도쿄.
하늘을 올려다볼틈도 없이 여러 서점 관계자들과의 미팅으로 분주했던 시간-
햇살이 참 따끈해 잠시 앉아있던 아카사카의 작은 공원에서.
며칠간 머물렀던 친구 후코의 사이타마 집 공사현장.
기후현에 사는 친구 이쿠미쨩이 작업을 위해 장비를 가지고 왔어요.
목수 가족인 이쿠미쨩이 아버지, 오빠와 함께 사용하는 장비들.
손때묻은 장비가 아버지의 손에서
아들의 손으로, 그리고 딸의 손으로 이어집니다.
매일 아침, '다녀올게' 하며 나섰던, 그리고 느즈막한 저녁, '다녀왔어' 하며 반가이 들어섰던 현관의 풍경
(지금쯤 어떻게 바뀌었을까)
작은 뒷산과 맞닿은 그녀의 집에는, 늘 살랑살랑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왔고,
목수의 작업테이블은 멋스러운 식탁이 돼주었습니다.
이쿠미쨩에게 '한국의 우리집도 부탁해!' 라고 했으니,
언젠가 와주겠죠? :)
이른 새벽의 탓일까요. 빛이 부족해 매우 어둡고 거친 느낌으로 인화되어 처음엔 속상했지만,
어둠 속 대나무의 결기는 흐려지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싶어요.
아마도 이곳의 포토스팟이 될듯한 창가
아직은 여름을 품고 있던 한낮의 사이타마.
도쿄 외곽에 위치한 사이타마는 제법 가깝기도, 제법 멀기도 합니다.
제법 가깝다는 의미는 물리적인 거리이겠고,
제법 멀다는 의미는 도쿄와 다른 풍경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신주쿠까지 전차로 30여분, 이케부쿠로는 15분여면 닿는 곳이지만 어쩐지 복작복작한 도쿄와는
거리의 풍경이나 동네사람들부터가 아주 다른 느낌인 사이타마의 하토가야.
해가 저물면 무서우리만큼 거리에 사람이 없어, 집에 돌아오는 길엔 10분 정도 쭉 이어진 저 길을 홀로 뛰다가 걷다가 했어요.
매일 헥헥대며 들어오는 저를 보고 '브리쨩 겁이 많네, 귀여워~' 했던 후코와 유코의 장난스러운 웃음이 떠오르네요.
빛이 그려낸 프레임을 따라,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의 초대장처럼,
그리움을 품고 있던 리플렛
우리들 사이에 '인연의 붉은 실'이
존재하는게 분명해요.
<숲의 하루>의 일본 제목은 <森の一日> (모리노츠이타치)
사실 직역에 가깝지만, 아직 적당한 제목을 찾지 못해 일단은 <森の一日>로 부르고 있습니다.
<森の四季> (모리노시키/ 숲의 사계절) 란 제목을 추천해준 분들도 계시지만, 어쩐지 일본 서점 분들은
<森の一日>라는 제목을 더 좋아하시니, 고민이 될 수 밖에요.
하여, <숲의 하루>는 일본에서 <森の一日>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곳의 이름이 바로 '一日' (츠이타치/ 하루) 에요. :)
<一日> 는 도쿄 키치죠지의 작은 서점 & 갤러리입니다. 하지만 무어라 명확히 정의내리긴 어려운 공간이에요. 서점이기도 했다가, 갤러리이기도 했다가, 음반점이기도 했다가, 헌책방이기도 했다가, 문구점이기도 했다가. 정말이지 여러얼굴을 가지고 있던 <一日>.
인근의 <百年> (햐쿠넨/백년) 과 형제서점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책과 새 책, 세계 각지에서 온 책들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 <一日> 에 그만, 마음 한쪽을 두고 와버리고 말았네요.
2편에 이어집니다.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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