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과 아이덴티티

마이 스타일 그리고 타인의 취향

by 생활모험가


화려한 장미보다는 작지만 소담스런 들꽃

과한 미사여구보다는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 한 마디

깊이 없는 다양함보다는 진득한 심플함

혼자 먹는 만찬보다는

여럿이 나누어 먹는 빵 한 쪽의 맛

혼자 쓰는 넓은 침대의 호텔보다는

소박하고 불편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

행여 흠집이라도 날까 모시고 다녀야 하는

명품백보다는 무얼 넣어도 가득가득 받아 주는

넉넉한 에코백

급격하게 치고 올랐다 내려오는 롤러코스터보다는

은은하게 움직이는 회전목마


누군가 나의 스타일에 대해 묻는다면, 단순히 얘기해 줄 수 있는 몇 가지들이다.


한때는 무조건 빠른 것, 앞서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속도에 대한 강박으로 남들보다 먼저 가는 빠른 삶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100미터 경주를 하듯 쉬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는 스트레스 속에

살게 되었다.



그 시절에 나는 늘 불안에 휩싸여 있었는데, 내 손에 쥔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불평이 넘쳤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처참하게 오늘이 희생되는 것을 참아 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의 내일인 오늘에 와 보니, 어제 그렇게까지 안달하며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했던 정도의 행복은 글쎄……없는 것 같다.

그걸 깨달은 뒤 나는 돌이킬 수도 없는 어제의 나날들은 훌훌 떠나보내고, 오지도 않은 내일의 행복보다는 오늘 이 시간의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며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브롬톤이 있다.


오늘의 행복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 중 하나가

브롬톤을 구입한 것.

내 생애 최대의 거금을 지출하며 구입한 브롬톤은 자기 몸값 이상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즐거움을 내게 안겨 주었다.

빠르진 않지만 나만의 속도로 주변과 어우러져

서서히 달리는 브롬톤이라 참 좋은 시간.


혼자일 땐 자유롭고, 함께 일 땐 눈부신 브롬톤. 친구들과 함께 라이딩 할 때 옹기종기 세워놓은 브롬톤들을 보면 주인의 스타일까지도 한 눈에 보인다. 컬러와 액세서리, 딱 봐도 그의 브롬톤임을 알 수 있는 특징 하나씩 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이것 또한 브롬톤이라 가능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방식.




글 : 블리
www.instagram.com/bliee_
사진 :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www.soro-soro.com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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