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주어진 삶을 채워가는 방식은 너와 내가 참으로 다르다. 내 삶의 모양은 어떠한가, 그 모양은 내 마음에 드는가,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빚어갈 것인가를 종종 생각한다. 그러다가 나를 넘어 타인의 삶이 그의 마음에 들도록 빚어지길 바라게도 된다. 그에게 모진 고통은 되도록 찾아오지 않길, 큰 행복이 자주 넘실대길, 그러다가도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어른이 마침내 되길 바라 마지않는다.
끝을 가늠할 수 없어 두려운 인생에서 고통을 삶의 기본값으로 두면 온갖 사소한 게 다 행복이 된다. 설익은 라면이, 찝찔한 땀이, 시큰한 무릎이, 숨 막히는 정적이 불행이 아니게 된다. 아픈 몸, 꼬여버린 인생 계획, 말을 듣지 않는 감정, 통제 불가한 현생이 그럭저럭 품어진다.
인생의 진리는 고결하고 산뜻한 삶 속에서 깨칠 수 있을 뿐, 하찮은 욕망에 잠식된 지질한 우리들의 하루에선 감히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성문화된 ‘가르침’이란 그저 ‘말’뿐이라는 것, 결국 인생의 모든 경로와 여정에 고통이 있고, 그 고통 속에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진리는 세상을 초탈한 무언가에 있지 않고, 세상에 단단히 발붙여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하찮은 하루 속에 있는가보다. 누구나 발견할 수 있지만 아무나 발견할 수 없도록, 그렇게 은은하게 빛나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