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판과 목격자

은유 《아무튼, 인터뷰》

by 좀머

인터뷰집 《어른의 말》 북토크가 열렸던 서울의 작은 독립 서점, 서점 리스본. 그곳 책방지기님에게 영업 아닌 영업을 당해 《아무튼, 인터뷰》를 구매했다. 책에 서점 리스본 얘기가 나온다는 말에 그만.



‘하나의 주제에 대한 대책 없이 즐겁고도 여전히 심오한 개론’이라는 게 내가 생각하는 아무튼 시리즈의 매력인데, 역시나 《어른의 말》을 읽다가 장르로서의 인터뷰가 궁금해지면 《아무튼, 인터뷰》가 좋은 참고서 역할을 해줬다. 이토록 근사한 페어링을 보았나. 이를테면 인터뷰어가 자신과 너무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을 인터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지 내심 궁금했는데, 인터뷰이는 인터뷰어가 속한 매체의 성격에 따라 일차적으로 필터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초에 100분 토론 같이 숨 막히는 맨투맨 상황은 연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거다.



현직 인터뷰어인 두 저자는 각각 ‘다른 이를 빛나게 해주는 반사판’과 ‘목격자’로 자신의 페르소나를 정의한다. 인터뷰는 태생적으로 상대를 향해 눈과 귀를 활짝 여는 ‘반사’와 ‘목격’의 행위다. 힘없는 자에게 확성기를 대주고, 삶을 옹호하는 조용한 가치들을 언어화해 세상 곳곳에 전하고 남기는 일이다. 내 얘기를 하는 대신 세상이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사람. 자기 연민에 빠질 시간에 잊히면 안될 존재에 더 집중하는 사람. 모두가 ‘저요저요!’를 외치는 소란 속에서 스스로 고요 안으로 걸어 들어간 인터뷰어의 미덕을 생각해 본다. 결국 인터뷰는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완성될 수 없겠구나, 싶다.



P95 이래서 나는 쓰는 삶이 좋다. 글쓰기가 있는 삶에서는 불필요한 게 하나도 없다. 창작은 삶에서 나온다고 할 때, 인터뷰어에겐 자기 본능을 배반하지 않고 착실하게 다져놓은 일상이 곧 인터뷰 사전 준비의 나날인 것이다.


P102 우리가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퍼뜨려야 할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통과하며 그가 내린 해석들, 즉 경험에서 얻은 지혜나 깨달음이다. 삶이란 이렇다는 감각, 인생에 대한 통찰 같은 메시지다.


P151 목격자가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인터뷰이의 말이 몸에 스미고 깃들어 궁극적으로 내가 변하니까.


P192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나는 무엇이든 아주 조금밖에 모르고 세상과 일부만 닿아있다는 사실은 나를 바쁘게 만들었다. 해보기도 전에 판단하고 선을 긋기 보다 일단 해보는 편을 택하게 했으니까.


P193 그간 내가 만난 이들의 언어와 생각과 태도가 침투해 내 속성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것. 그러므로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 라는 선언은 가능하다. 내가 오롯이 나이기만 하지 않다는 사실은 크나큰 위로와 낙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