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케인 《콰이어트》
지독하던 삶의 난이도가 완만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는 이유는 매 순간 정교해지는 ‘나 사용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조차도 ‘외향성 이상’에 사로잡혀 나의 타고난 내향적 기질과 낮은 자극의 역치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고달픈 시절이었다.
이직을 준비할 무렵 이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전 세계 리더들의 상당수가 알고 보면 내향인이라며, 내향성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책이었다. 띠지의 내용만으로도 나는 세상이 내향인을 바라보는 스탠스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확신이 들었던지 ‘성격은 어떻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당당히 ‘내향적’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신중하고 책임감 있고 꼼꼼하다는 사족을 주저리주저리 덧붙였지만, 어쨌든 아주 빗나간 전망은 아니었다.
단점투성이의 내 모습도 결국은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게 사람 마음이라는 황선우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편안해진다는 건 내가 나를 지치지 않게, 오랫동안 잘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겠지. 매일은 요동치는 변수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점점 더 무겁고 단단해지기를, 그러기를 멈추지 않기를.
P31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외부 자극의 수준이 다르다. 내향적인 사람은 훨씬 적은 자극, 그러니까 가까운 친구와 와인을 한잔 홀짝이거나,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를 풀거나, 책을 읽는 정도가 ‘딱 맞다’고 느낀다.
P33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반드시 수줍음을 많이 타지도 않는다. 수줍음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창피를 당할까봐 걱정하는 것인데, 내향성은 자극이 과하지 않은 환경을 좋아하는 성향이다. 수줍음은 본질적으로 고통스럽지만, 내향성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둘을 혼동하는 한 가지 이유는 때때로 둘이 겹치기 때문이다.
P187 자유의지는 우리를 상당히 멀리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유전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무한대로 멀리 데려가주지는 못한다.
P256 내향적인 사람은 ‘조사하게 되어’ 있고 외향적인 사람은 ‘반응하게 되어’ 있다.
P261 인내력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천재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인내심으로 구성된다면,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는 1퍼센트만을 떠받들고 있는 셈이다. 그 반짝임과 눈부심만을 사랑한다. 하지만 커다란 힘은 나머지 99퍼센트에 담겨 있다.
P389 우리는 내향적이고 괴짜 같은 아이들이 안정되고 행복한 어른으로 ‘피어나는’ 모습에 경탄할 때가 많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환경인지 모른다. 어른이 되면 각자 자기에게 맞는 직업과 배우자와 사람들을 선택하게 된다. 어떤 문화에 내던져지든 거기에 머물러야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간-환경 궁합’이라고 알려진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과 조화로운 환경이나 역할이나 직업에 몰두할 때 잘 지낸다고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