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하나 후회하나
그날은 건강을 챙기자는 소박한 신념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날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지난달에 사다 놓았던 건강 보조제 알약이 눈에 들어왔다.
알약 하나를 움켜잡으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시 돋듯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그때 그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어쩌자고..."
"어제 저녁에 운동을 나갔어야 했는데... 지금 니 배를 보라고..."
이리저리 빙글빙글 알약을 돌리다 식탁에 내려놓으면서 별똥별이 스쳐 지나갈때 소원을 빌듯이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놈 하나면 만병통치약처럼 내 몸 안의 모든 걱정과 시름 그리고 안 좋은 것들이 없어질 거야!"
뇌가 이상해진 건지 목이 말랐는지 물을 입안에 먼저 가득 넣었다.
그리고 알약을 집어 입안에 가득한 물에 빠뜨렸다.
물을 입안 가득 넣고 거기에 알약을 넣고 먹으려 하니 삼킬 수가 없이 물이 새어 나오려 했다.
억지로 삼키려 하자 폭포수처럼 물과 알약이 튀어나왔다.
켁켁거리는 꼴이 누가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먼저 알약을 털어 넣고 물을 정도껏 넣었으면 이런 탈이 없었겠지만 순간 나도 모르게 이상한 짓을 해버렸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생각하다가도 순간 웃음이 나면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듯 튀어나온 알약과 흥건해진 바닥을 바라보았다.
바닥 한가운데 바다를 만들어버린 후회와 얼룩진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문득 '후회'란 단어가 용솟음쳤다.
"이런사태가 발생한건 모두 이 알약하나를 온전히 삼키지 못한 나 때문인건가?"
"내가 조심했으면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가지고 살아간다.
거짓말처럼 툭툭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마음 한구석에 깊이 자리 잡아놓고 후회와 한숨으로 덮어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을 흘리면 닦으면 되는 거고, 내 마음이 지저분해지면 누군가가 하얀 타월로 말끔히 씻겨줄 수도 있다.
그리고 말끔히 씻을 수 없다면 그 상태의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괜찮다고 말해주면 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후회와 상처로 가득 찬 마음 한구석을 말끔히 씻겨줄 수는 없지만 그 위에 조그마한 행복과 희망이라는 연고를 발라주고, 괜찮음의 밴드를 붙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후회를 멀리하고, 행복과 해후하려면 지금당장 흥건해진 바닥부터 처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