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게 뭐야?

각자의 이야기를 살아간다는 증거

by 젠틀LEE





“우와, 이거 봐봐 바다에서 나는 파도 소리 진짜 좋다.”

친구가 해변에 서서 눈을 감고 말했다.

끝없이 밀려오는 거센 파도 소리가 귀를 간질였고, 짭짤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 파도 소리 들으면 헝크러져있던 가슴이 맑아지는 기분이야.”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좋아한다’는 게 뭘까?

파도소리가 좋은것은 그냥 귀에 좋게 들리는 소리 때문일까?

아니면 그 소리가 주는 기분과 그 순간이 좋아지는 걸까?


친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파도 소리 듣는 거 좋아하는 거지?

그냥 저 멀리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때문에 뭔가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잖아.'


'그렇긴 한데...'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깊은생각에 이내 고개를 젓고 다시 고민을 이야기했다.

“파도 소리는 좋은데 발에 모래 들어가고 축축해지는 건 좀 귀찮아.”


친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좋아하는 거야? 진짜 파도소리를 좋아하려면 가까이 가기위해서 모래 들어가는 것도 감수해야지. 그게 진짜지!”


나는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모래야 뭐 털어내면 되니까 괜찮아 근데혹시나 물에 닿아서 신발 젖고 끈적이는 건 진짜 싫다.”

내가 대답하자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이런 대화, 한 번쯤은 해본 적 있지 않나?

‘좋아한다’는 말은 쉽게 내뱉지만 그 안에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좋아한다는 건 그냥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그걸 느끼기 위해 따라오는 불편함까지 사랑하는 걸까?

이 질문이 지속적으로 머릿속을 맴돌았다.

좋아한다는 건 뭘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까?




파도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내가 사랑하는 건 사실 파도 소리 자체만이 아니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에 서 있으면, 세상의 모든 잡음이 잠시 멈추고 한순간 나만의 평화로운 공간이 생긴다.

그 순간 바다는 나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해주는 잔잔한 선물을 준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들은 대체로 이런 순간들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새벽에 마시는 차 한 잔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좋아하는 건 차의 맛뿐만 아니라, 아직 세상이 깨어나지 않은 고요한 시간에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건 책 속 이야기뿐 아니라 그 이야기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과 그 시간의 여유까지 좋아하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특정한 대상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순간을 붙잡는 일인지도 모른다.


파도 소리를 들을 때의 평화와 차를 마실 때의 고요함 그리고 책을 읽을 때의 몰입.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잠깐이나마 삶의 소중한 순간을 마법처럼 선물한다.




등산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등산을 좋아하는 건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느끼는 자유.

그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등산에는 불편함도 따른다.

땀에 젖은 옷과 무거운 배낭에 겹겹이 다리에 쌓이는 피로가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산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정상에 서는 찰나의 순간이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좋아한다는 건 단순히 좋은 감정만을 쫓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얻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나 불편함까지 끌어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내가 파도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젖은 신발을 싫어한다면, 어쩌면 나는 파도 소리 자체보다 그 소리가 주는 평화로운 감정만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바다를 좋아한다면, 그 축축한 모래와 젖은 신발까지도 바다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좋아한다는 말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향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 그리고 삶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재미있는 건, 같은 대상을 두고도 사람마다 ‘좋아한다’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다.


내가 파도 소리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그건 해변에 서서 느끼는 평화와 그 순간의 고요함을 사랑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서핑을 즐기는 짜릿함을 좋아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기록하는 걸 좋아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붙이는 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대상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 대상이 주는 감정을 사랑한다.

그 감정을 얻기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건 결국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이유로 빛난다.


“야, 파도 소리 진짜 좋다.” 친구가 다시 말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신발 좀 젖어도, 이 순간은 진짜 좋다.”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깊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우리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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