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먼지 청소에 뭉클해진 날

사랑의 다른 이름

by 젠틀LEE


회사에서 기계와 싸움을 하고 공장지대에 있다 보니 호흡기가 약해졌다.

먼지가 많이 쌓인 공간에 가거나 갑작스럽게 꽃가루가 날리면 이내 가슴이 답답해졌다.


먼지와의 사투를 벌이며 집안곳곳에 쌓인 먼지들과의 싸움이 이어지는 시간이 잦아졌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 선풍기가 필수였지만 그 선풍기 날개에 쌓이는 먼지는 나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겹겹이 쌓인 먼지가 여름 바람과 함께 날아오르면 나는 기침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의사는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먼지를 잘 제거하세요"라고 조언했지만 매번 청소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일상 속 작은 먼지들이 나를 괴롭히는 동안 하염없이 숨을 참았다.




어느 더운 여름날 오후였다.

어깨에 담이 와서 목을 가눌 수 없어 안방에서 안마도구로 목을 풀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뜨거운 햇살이 빔을 쏘아대듯 밀려왔다.


집 안 공기가 후덥지근해졌을 무렵 문득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부엌에서 물티슈와 청소 도구를 챙겨 들고 선풍기 앞으로 다가갔다.


"오빠, 이 먼지 때문에 또 기침할까 봐 걱정돼. 내가 닦아줄게."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결의에 차 있었다.

나는 고마워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날개 사이사이와 모터 부분 그리고 받침대까지 먼지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아내는 먼저 선풍기를 분해했다.

안전망을 풀고 날개를 조심스럽게 빼내며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물티슈로 한 번 닦아도 먼지가 검게 묻어 나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세세한 틈새까지 물티슈로 문지르고 물로 헹구고 다시 말렸다.

땀이 그녀의 이마를 타고 유유히 흘러내렸다.


"이 먼지가 다 어디서 왔을까? 이렇게 많네." 그녀가 중얼거렸다.


먼지 닦는 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퐁당퐁당 물소리, 쓱 쓱 문지르는 마찰음.

그 과정에서 먼지가 날아오를까 봐 조심조심 닦으며 그녀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나를 위한 배려였다.


호흡기가 약한 나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며 선풍기를 닦았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선풍기 하나를 청소하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그녀의 손은 빨개지고,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마침내 청소가 끝나고 그녀는 신문지가 펼쳐진 바닥에 털썩 누워버렸다.


"휴, 다 했어. 이제 깨끗해졌네."

그녀의 미소는 밝았지만 눈가에는 피곤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숨이 가빠오고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측 늘어진 어깨를 손으로 감싼 순간 나는 그녀에게 뭉클한 따뜻함을 느꼈다.

평소 그녀의 달콤한 꽃향기에 섞인 헌신이라는 이름의 사랑의 향기가 퍼졌다.


선풍기에서는 더 이상 먼지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가 남긴 청결한 공기가 집 안을 맴돌다가 퍼졌다.


나는 때때로 너를 보며 경이로워한다.

다른 심장을 가진 우리가.

반대의 욕망을 가진 우리가.

나를 위해 절실한 손을 내밀어 하나로 만들어가는 너의 찬란함에 경의를 표한다.


어느 길을 걷든지

나는 네가 가는 방향으로 걷게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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