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집 앞 골목으로 들어오는 거리의 끝자락으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오후였다.
우리는 손을 잡고 천천히 시장 안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장 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지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먼지 쌓인 포장마차 앞에서 흰 백발의 한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주름진 손으로 야채를 다듬는 그 모습은, 마치 시간의 조각상처럼 고요했다.
상추 한 묶음과 당근 몇 뿌리 그리고 약간 시든 무가 엉성하게 놓여 있었다.
그게 언제나 그 장소에서 마주치는 할머니의 하루였다.
아내가 멈췄다.
"저 할머니..." 그녀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흘러나왔다.
나는 알았다.
그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의 작은 아픔들이 그녀의 가슴에 스며들어, 물결처럼 출렁이는 그런 사람.
할머니의 야채를 보며,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글썽거렸다.
새벽에 일어나 논밭을 가꾸는 손과 비바람 속에서 지켜온 열매들 그리고 이제 길바닥에 놓인 그들의 운명을 보며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누가 사줄까? 다 팔리지 않으면 어떡해?"
아내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길가에서 야채를 파는 분들은 많은데 왜 유독 할머니만 보면 이렇게 발을 멈추고 한참 동안 그곳에서 멍하게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내의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내는 어렸을 적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외할머니의 손에서 컸다.
그래서 외할머니의 정과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라났다.
특히 외할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지시고 나서부터는 더욱더 애틋함이 커졌다.
나는 그녀를 계속 지켜보았다.
연애초기부터 결혼 후까지 그녀의 이런 모습은 변함없었다.
할머니의 야채 앞에서 그녀는 주저 없이 지갑을 열었다.
"할머니, 이 상추 다 주세요. 당근도요."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주름 사이로 미소를 머금으며 스며든 빛 그것은 아내의 선함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
우리는 야채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엌에서 그녀는 그 야채를 정성스레 다듬었다.
"이게 할머니의 땀이잖아. 소중히 먹어야 해." 그녀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야채의 녹색 잎사귀가, 그녀의 손길 아래서 생명을 되찾는 듯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시키고 길거리 할머니를 스치듯 지나친다.
그 한 사람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세상의 균열을 살피고, 그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을 보살핀다.
삶의 무게와 늙음의 고독 그리고 잊힌 노동의 노래를 부르면 아내는 그 노래를 듣는다.
그녀의 가슴은 거대한 호수처럼 모든 아픔을 받아들인다.
때때로 나는 그녀를 안아주며 속삭인다.
"너무 마음 쓰지 마. 세상이 다 네 어깨에 얹힌 건 아니야."
그녀는 작게 미소 짓는다.
누군가의 작은 노동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세상에 스며들어 영원히 피어난다.
만약 당신도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 손을 살며시 잡아라.
그 안에는 세상의 모든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