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한잔의 추억

가을 축제를 다녀오며

by 젠틀LEE


며칠 전부터 도로위 근처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젊음의 거리 맥주축제"


이사 와서 처음 열리는 행사에 아내와 나는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며 밤잠을 설쳤다.


처음 가보는 맥주축제는 바다 내음이 살짝 묻어나는 오래된 동네에서 열렸다.

주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은은한 알코올 향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황금빛 조명 아래 펼쳐진 무대와 부스들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물결처럼 퍼졌다.

아내와 나도 맥주를 하나 들고 시끌벅적한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이미 자리를 잡고 흥건하게 취한 사람들이 서로를 발그레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식순이 끝나고 역시나 맥주축제답게 그날의 하이라이트인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가 시작됐다.

즉석으로 사회자가 여성참가자를 모았고 참가자들 6명이 무대로 올랐다.


대회방식은 3명씩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자를 뽑는 방식이었다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저마다의 도전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맥주에 빨대를 꽂아서 마시는 방식이었는데, 하나같이 물먹는 하마처럼 맥주를 숨 쉴 틈 없이 들이켰다.


맥주를 마시다 코에서 맥주를 뽑아내는 사람, 빨대가 꺽여 맥주를 잘못 마셔 켁켁대는 사람 등 여러 에피소드가 엮이며 관객들의 환호는 높아져만 갔다.


대결을 시작한 후 마지막 2명이 결정되었고, 마지막 토너먼트의 결승 1:1이 시작되었다


먼저 한 소녀가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는 제주도에서 왔다고 말하며 특유의 당찬 기운을 뿜어내며 무대에 섰다.

무대 옆을 보니 제주도 소녀의 남자친구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열렬히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이곳의 토박이 부녀회장님이었다

회장님은 맥주잔을 크게 들어 기선을 제압하듯 "우와!" 하며 환호성을 지르며 표효했다


결승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기합소리가 울렸다.

"시작!"

이윽고 맥주의 거품이 잔을 타고 넘실거렸고, 둘은 일제히 빨대로 맥주를 빨아들였다


서로의 목젖이 리듬감 있게 움직였고, 맥주는 마치 바닷물처럼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의 하모니를 즐겼다.


맥주가 반쯤 비워졌을 때 부녀회장님이 거품에 숨이 막힌 듯 속도를 늦췄고, 제주소녀는 흔들림 없이 잔을 비웠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고 그녀는 잔을 높이 들었다.


“끝!” 그녀의 외침에 군중이 폭발했다.

사회자가 그녀의 손을 들어 올리며 1등을 선언하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무대 아래로 내려온 제주소녀를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자랑스러움과 사랑이 가득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제주소녀를 끌어안았다.

관객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냈다.


바다를 건너온 소녀의 승리와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남자친구의 포옹은 축제의 밤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물들였다.


축제의 사은품은 과자 한 봉지였지만 소녀와 남자친구는 흐뭇한 마음으로 거리로 걸어갔다.




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가지고 앞으로를 살아갈 것이다.

서로의 등불이 되어 서로 사랑하며 더욱 행복한 삶을 꿈꿀 것이다.


추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길을 걸었는지 말해주는 나침반이다.


결혼 전 아내와 함께 지리산 캠핑장의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미래를 약속하며 먹었던 '맥주 한잔의 추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둘이 마주한 새벽의 고요한 별빛과 그 안의 따뜻함 그리고 적막함 속의 행복.

이 모든 것이 나를 하나의 퍼즐로 완성한다.


우리의 미래도 때론 잔잔하고 때론 격렬히 가슴을 적시며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낸다.

그것은 흐린 날에도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추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