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줄이기

by 버티는 사람

가계부를 들여다보고, 고정지출(보험, 통신비)을 조금 조정했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건 '식비'였다. 고정지출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 항목이다.


생각보다 배달 음식을 정말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한 달에 기본 10회 이상이라니, 깜짝 놀랐다.

특히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면 망설이지 않았다. 치킨, 피자, 햄버거, 아이스크림까지... 뭐든 바로 주문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저녁 7시인데, 아들은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배가 고프다.
과자랑 간식도 채워놓고, 과일도 깎아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도 '집에 먹을 게 없다'며 전화를 해오는 아들.

아들의 ‘먹고 싶다’라는 말에 약한 나는 웬만하면 다 사줬다.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그거 얼마나 한다고.'

‘잘 챙겨 먹이기’에 대한 강박도 좀 있었다.

과일이든 과자든 음료수든 뭔가 먹고 싶다고 하면, ‘어디서 제일 빨리 살 수 있지?’부터 생각했다.

쿠팡, 마켓컬리, B마트... 손가락만 까딱하면 집 앞까지 온다.

심지어 아들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배 안 고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뭐 먹고 싶어??" 내가 먼저 묻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게 진짜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이런 소비 습관과 경제관념을 물려줄 순 없다.


아들에게 솔직하게 우리 집 경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금씩 자제하기 시작했다.

먹고 싶다고 해도 다음 장보는 날까지 기다리게 한다. 이번 주 식비 예산을 다 써버렸다고, 다음 주까지 참아보자고도 한다. 음료수, 과자, 과일, 배달 음식 같은 건 바로 안 먹어도 괜찮다. 이미 집에 있는 음식들만으로도 충분하다.


'먹고 싶지 않다'라고 하면, 굳이 먹이지 않아도 괜찮은 거였다.

괜히 배고플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배가 고프면 알아서 이것저것 잘 챙겨 먹더라.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먹고 싶어도 안 먹을 수도 있지. 못 먹을 수도 있지.


다행히 아들은 나보다 더 현실적이고, 똑똑한 거 같다.. 스스로 절제해 줄 때도 있다. 아닐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은 뭐 먹지?'는 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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