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하찮다.

by 블링

김 씨는 알고 있었다.

선대에 김 씨와 권씩 그리고 장 씨가 만나서 이 세상을 바꿨다는 설화.

지렁이가 몸에 들어가 세상을 흉흉하게 만들었다고 그랬다지.

그게 사실이 아니어도 요즘 세상 너무 흉흉하지 않나.

지렁이까지 인간의 몸 안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들고 난리인가.


이게 가능한 소리인가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이렇게 되뇌지만 내 선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의문 투성인 상황 속에서 입을 닫기로 했다.

그래 의문을 품지는 않는 게 좋겠다. 지렁이에게 잠식된 인간 이야기를 누가 믿어주냔 말이다.

소설 속에서나 존재했으면 했건만 어제 코 앞에서 놓쳐버린 잠식 인간을 보고서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나저나 어떻게 잡냔 말이다. 봉인되었던 잠식 인간은 어떻게 세상에 나온 거지?

나에게는 이토록 능력이 없는 것을. 어떻게 그 인간들을 찾아내는지도 모르겠다.

나 말고 남은 두 명, 그들은 알지도 모르겠다.

우선 그들을 찾아야겠다. 셋이 뭉쳐야 한다.

연고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나머지 인간 둘은 어떻게 만날 것인가.


마음이 석연찮다. 이럴 땐 나와 다른 세상을 보는 게 제일이지.

세상일을 잊으려고 누른 별스타 앱에는 반짝이는 인간들 뿐이었다.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이곳에는 평화와 여유 그리고 행복만 그려놓은 세상 같았다.

조금이라도 잠식 인간 이런 거 잊을 수 있기를

웃고 있는 사진들 속에 [뚫어드]라는 글자가 뜬다.

이 광고처럼 떠 있어서 글자가 뭔지 모르지만 누르고 싶다. 새로 출시된 앱인가 보다.


글자를 눌렀더니 [뚫어드]는 나를 흡입하듯 사람들의 세상 이야기가 속사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말대로 사람들의 속 마음을 뚫어주고 있었다.

글 하나를 쓰면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반응을 빠르게 해 준다. 여긴 무슨 세상인가.

별스타와 다르게 죄다 힘들다는 글들이 많다.

세상이 이렇게 진짜 돌아가나 싶을 정도의 글들이 보이면서 댓글이 엄청났다.

번뜩 김 씨는 권 씨와 장 씨를 말도 안 되는 글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별스타 아이디로 [뚫어드]를 만들고 김 씨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 지렁이가 보여

너희도 보이니

우리 만나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비 올 때 달리면 지렁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데 나도 만남가능?

나도 보임

자극받고 갑니다.

ㅈㄴ 웃기네 뭘 만나


이렇게 하찮은 글 하나로 우린 만날 수 있을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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