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onlight flows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오후 늦게 까지 계속되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 비는 지금까지도 계속 그칠 줄을 모른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이기도 했다.
나는 퇴근길에 종종 달을 보곤 한다.
한낮의 태양보다는 까만 밤, 달의 기운을 좋아한다.
아마 이름에 'MOON'이 들어가서 일까.
달은 낮에는 하얗고 밤에는 노랗게 빛난다.
가끔 하얗게 보일 때도 있다.
달이 하얗게 보일 때는 어쩐지 힘이 없어 보인다.
마치 지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나를 보는 듯하다.
까만 하늘에 홀로 빛나는 달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그래도 나는 달이 참 좋다.
대놓고 시끄러운 듯 나 여기 있소 하는 태양보다는
조용하게 빛을 뽐내며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달이 좋다.
달 같은 사람이고 싶다.
내가 보름달을 기다리는 이유는 평소의 수줍음을 버리고
눈부시게 빛을 내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날은 나도 아닌 척하기 위해 애썼던 수줍음들을 버리고
달에게 내 진심을 담은 소원을 말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달은 내 소원은 잘 들어주지는 않았다.
가끔은 내 소원을 너무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름달이 뜨는 날엔 어김없이 달에게 소원을 빈다.
그런데 달에게 소원을 비는 이유는 뭘까?
달이 정말 소원을 들어주기 때문일까.
달이 간절한 순서대로 소원을 들어준다면 도대체 나는 몇 번째일까.
이제는 달이 정말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 믿음보다는
새로운 희망을 갖기 위해서 달을 보며 소원을 말한다.
소원을 비는 일은 이제 수차례 좌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져보고자 하는 용기를 내는 주문이 되었다.
그 날 비가 와서 오늘 달은 못 보겠네 라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비는 어느샌가 서서히 그쳐갔다.
그리고 비가 와서 못 볼 줄 알았던 보름달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깜깜한 밤하늘에 활짝 핀 꽃처럼 빛났다.
아직은 어떤 것도 쉽게 체념하긴 이르다고 말해주는 듯이.
지금 너의 인생에서 비가 내리고 차가운 길을 홀로 걷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금방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 이렇게 찾아와 줄 거라고.
그리고 그 날은 어느 날 갑자기.
너에게 성큼 다가와 있을 거라고.
그것이 비록 헛된 희망일지라도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는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을 가질 용기가 부족한,
용기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달빛이 꼭 그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