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elope Canyon

Canyons

by blingzoomma

모뉴먼트밸리를 벗어나며 다시 6시가 되고 쉬엄쉬엄 페이지에 도착했을 땐 8시 30분 즘이었다.


시간을 넘나 든다는 것, 마치 내가 헤르미온느라도 된 듯했지만,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선 시간을 오간다 해도 내 입맛 데로 먹을 수 있는 식당하나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 앞에 있던 불냄새 풀풀 풍기던 BBQ식당은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부턴 술집으로 변신하여 식사주문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럴 땐 한국에선 치킨 외국에선 피자가 젤 만만하다. 애리조나 촌구석에서 만나 더 반가웠던 도미노 피자는 치킨도 팔고 피자도 팔았다.

다 먹을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피자와 치킨과 와인으로 차려진 늦은 저녁 식탁엔 행복 또한 가득했다.




조식포함이란 옵션은 우리의 시차적응에 큰 역할을 했다. 그간 축척된 경험상 어딜 가나 호텔 조식은 뻔했다. '비싼 호텔은 조식도 달라요' 라해도 아침부터 위장에 플렉스 하는 스타일은 아니므로 부러 호텔조식을 신청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내가 지불한 호텔값에 밥값이 포함되었다니 공짜 아닌 공짜 같은 조식을 챙겨 먹으려는 의지는 우리가 jetlag를 이겨내고 8시 인데도 개운하게 눈이 반짝 떠지게 만들었다.


엔텔로프캐년 투어를 예약해 둔 날이었다.

서양인 보단 동양인에 가까운, 햇빛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황색피부, 작은 체구의 인디언 남자가 우리 커플과 연세 지긋하신 다른 두 커플, 모두 6명을 인솔했다.


엔텔로프캐년의 모래 색이 붉은 이유는 철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엔텔로프캐년 관광이 꼭 가이드를 동반해야 하는 이유는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곳이고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위험한 곳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음악수업을 했었었다는 가이드는 질서를 강조할 땐 카리스마 터지는 선생님이 되었다.


언젠가 물이 흘렀을 길을 따라 걸었다.

강렬한 자외선을 품은 햇빛이 둘쭉날쭉한 모래벽 사이를 통과해 동굴 안을 아스라이 비추었다. 물길 따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단단해진 모래벽은 그 빛을 받아 은은한 전구색으로 빛나며 우리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래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물결 흐르는 듯한 모래벽이 높이높이 휘몰아치는 사진은 핸드폰에 탑재된 파노라마 기능에 의한 조작이었다.

가이드는 갤럭시든 아이폰이든 심지어 기능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도 카메라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며 내 다리는 실제보다 짜리 몽땅하게, 모래동굴의 웨이브는 실제보다 더 굽이쳐올라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사진들을 찍어냈다.

어디 가나 무리를 이탈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존재한다.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그들의 팀을 찾아가라는 우리 가이드의 엄중한 카리스마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며 그들만의 신난 여행 기분에 도취되어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한국남자들이었다.


동굴에 진입하기 전 가이드는 나에게 어느 나라말을 쓰는 거냐고 물었었다. 난 코리아라고 했었고 부디 그들의 언어와 나의 언어가 같은 나라 말임을 눈치채지 않기를 바랐다.


고작 한 시간 투어였지만 난 가이드에게 그간 내가 팁을 건넨 중 최고로 두둑한 팁을 건넸다.

어쩌면 그저 동굴 한 바퀴 휘도는 걸 인솔하는 것인데 그는 본인 자체가 우리에겐 안전이며 보호자인 듯 행동했다. 위험한 상황은 전혀 없었지만 마치 그가 보호해 줘서 안전하게 관광을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본인의 책임하에 있다는 생각으로 위험한 상황이 아닐 때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타인에겐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최고로 두둑한 팁을 건넸다.

"너무 멋있는 곳을 가이드님 덕분에 안전하고 즐겁게 관람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두둑한 팁을 받은 사람보다 준 사람이 더욱 큰 만족감을 느끼며 근처에 있는 홀스슈밴드로 향했다.




좌회전하는 모퉁이에 지프 한 대가 넘어져있고 대학생쯤 되는 동양인 4명은 상당히 난감해 보였다. 다행히 모래언덕을 들이받아 4명 모두 무사한 것 같았다.

이 사고 목격을 시작으로 로트트립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많은 교통사고들을 목격했다.

한국에선 매일 운전해도 교통사고는 직접 목격하기보단 대부분 뉴스로 접한다. 미국에선 거의 하루 한 건 이상의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총량 보존의 법칙이 이런 것 에도 적용되듯 교통사고를 목격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날이 있으면 그다음 날은 한 건 이상을 목격해 반드시 그 양을 채웠다.


아무래도 땅이 워낙 넓으니 운전면허를 마구 남발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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