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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Jan 24. 2024

가족의 완성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은 어떤 형태인가요?


"강아지와 함께 밥 먹을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한데, 테라스에 앉으셔야 해요."


가끔, 아니 매 순간 푸디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이런 순간이면 우리는 실망한 마음으로 내쫓기듯 음식점을 떠난다. 이 추위에 테라스에 앉아서 밥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강아지와 함께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남편과 나에게는 귀한 반려견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강아지가 사랑스러운 존재는 아니다.

지난봄 우리는 당진에 벚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 애견동반 식당을 찾았지만, 몇 군데 검색이 되지 않았다. 애견동반 식당에서 메뉴를 고른다는 것은 사치였다. 그저 함께 입장만이라도 가능한 곳이면 어떤 음식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당진은 생각보다 넓은 지역이었다. 식당에 가기 위해 30분 이상을 운전해서 조개구이집에 도착했다.


'대낮부터 조개구이라니...'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우고 식당 사장님께 애견동반이 가능한 곳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괜찮다며 빈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바닥에 자갈이 깔린 넓은 포장마차 형태의 가게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옆테이블의 남자가 시비를 걸어왔다.


"개랑 한 공간에서 밥 먹는 게 말이 되냐?"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옆에는 친구 두 명이 앉아 이었는데, 친구들은 얼굴을 붉히며 그러지 말라고 손짓했다.


"나는 먹기 싫은데 개랑 같이"

"저기요, 여기 애견동반 가능한 식당이에요. 사장님께 확인도 받았고요."


나는 화가 나서 그 남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내게 눈을 찡긋하며 그냥 나가자고 했다. 왜 물러서야 하는지 기분이 언짢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었다가는 체할 것 같았다. 나는 남편의 뜻에 동의하며 강아지를 데리고 식당에서 나왔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서 차 안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했다.


"딱 보니까 동네 양아치 같더라.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꼴 사나운 일 생길 수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좋아."


가까운 거리도 아닌 곳을, 애견동반이 가능하다고 해서, 어렵게 검색해 찾아갔건만 이런 일이 생겨서 우리는 속이 상했지만 더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당진을 찾는다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것이다.



강아지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나마 요즘은 반려인들이 많아서 강아지와 함께 하는 여행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포기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거의 대부분의 공간이 출입이 제한된다. 그래서 강아지와의 여행은 애견펜션으로 귀결된다.


잘 지어진 애견펜션은 다양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가격은 웬만한 호텔보다 더 비싸다. 물론 독채이거나 공간이 아름다우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그래도 예약은 속도전이다. 강아지와의 여행은 숙소에서 머무는 게 가장 쉽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반려인들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을 찾는다.



강아지와의 외출이나 여행을 계획하며 문득 드는 생각은, 강아지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강아지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강아지라면 무조건 환영받는 그런 세상이 있을까?

 

푸디는 우리에게 각별한 존재다. 아이가 없는 우리에게 푸디는 아들과도 다름없다. 그러나 강아지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모습은 꼴불견과 꼴값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어딘가에서 충격적인 댓글을 봤다면서 내게 이야기를 해줬다.


"어떤 커뮤니티에 '강아지 유모차 나만 불편해?'라고 글 써서 올린 사람이 있었는데, 댓글이 수십 개가 달렸더라. 본인들도 불편하다고. 그래서 너무 충격받았어."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우는 게 그렇게도 꼴불견일까. 다리가 아파서 잘 걷기 힘든 아이를 태우거나, 펫티켓을 지키기 위해 애견동반 식당에 가거나 할 때도 꼭 필요한 게 유모차인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자신과 관계없는 것들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것인지 모르겠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남들의 시선이나 이야기, 생각에 너무 상처받지 말고, 소신을 가지고 살라고 했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어쨌든 사람이 우선인 세상에서 우리는 약자의 위치에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이 사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서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진다. 가끔 세상밖에서 살고 싶어 지는 날이 있다. 그들의 테두리 밖에서는 어떤 형태의 가족이라도 완벽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함께 의지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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