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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Dec 10. 2023

아무런 일도 없기를

행복의 정의, 푸디의 수술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

살면서 가장 큰 행복은 평안한 삶이었다. 우리의 삶은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예상치 못한 일로 큰 아픔과 상처, 그리고 박탈감과 우울함을 가져오게 된다. 생각해 보면, 행복하게 사는 일이란 애초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지만, 그렇게 사는 삶이라면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 그런 평온한 일상과 가까워지는 방법일 것이다.


어제 푸디는 또 수술대에 올랐다.

겨우 네 살인 푸디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푸디의 뒷다리에 혹 같은 게 생겼다. 이상해서 병원에 가봤더니, 지방덩어리 같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침을 찔러 조직을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해서 일단은 혹이 커지는지 관찰해 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일 년 정도 지났을까, 크기가 조금 커진 것 같기도 하고 피부색도 어두워진 것 같았고, 겸사겸사 몸에 이상은 없는지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크기가 많이 커지진 않았지만, 침을 찔러 검사는 가능할 것 같다고 검사를 진행했다.



원형의 보라색 과립 확인


그리고 의사는 비만세포종(Mast cell tumor, MCT)이 의심된다고 했다. 비만세포종이란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잘 생길 수 있는 악성종양이다. 살이 찌는 비만과 연관된 병인가 싶지만, 그런 비만과는 다른 세포로 백혈구의 일종인 비만세포가 악성 증식한 것을 이야기한다. 비만세포종을 의심한 이유는, 세포학 검사 사진에 원형의 보라색 과립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과립이 치밀하게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보이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어서 의사는 수술을 권장했다. 수술 범위는 규정상 반경 3cm 넓게 절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푸디는 뒷다리 많은 부위를 절제하기 어려운 곳이라 종양을 떼내어 조직검사를 하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조직검사는 일주일 뒤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제발 악성등급이 낮아 주기를...



푸디의 뒷다리 비만세포종 종양 다른 강아지처럼 동그랗지 않고 삼각뿔 모양으로 생성되었다. 구분선이 명확하지 않아 15분이면 절제할 수 있는 수술이 40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푸디는 지난 2022년 1월 27일에 오른쪽 다리 대퇴골두절단술을 받았다. 그때도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는데, 다시 또 이런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었다. 푸디의 수술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초조해졌다. 인터넷상에 검색해 보니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해서 비만세포종 작은 종양의 경우 주사기로도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나오던데 수술이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싶었지만, 다른 곳으로 전이되기 전에 잘라 내는 수 밖에는 없었다.



수술 당일은 금식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얼마나 심장이 아프던지 보드랍고 연약한 그 생살을 또 찢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 피검사를 하고 수술할 수 있는 몸상태 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의사는 수술 후 떼낸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 후 최악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악성일 경우, 항암치료부터 방사선치료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의사가 뭐라고 하는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 조그만 종양덩어리가 그렇게도 위험한 것이었다니, 너무 무서웠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심정이 이런 걸까. 원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최악의 상황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지만, 어쩐지 의사조차 미웠다. 종잇장처럼 무게감 없고 얇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 허공 위를 떠도는 기분이었다.


12시 30분에 수술이 들어갔고, 한 시간쯤 후에 수술이 잘 끝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당일 오후 5시쯤 퇴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사를 만나 푸디의 몸상태에 대해서 더 자세한 소견을 들었다. 가끔 겨드랑이 쪽을 안을 때 아이가 아파한다고 의사에게 이야기했었다. 아무래도 관절염도 의심된다고 했는데, 앞다리 관절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란다. 다이어트는 필수, 더 독해져야 할 상황이다. 갑상선저하증도 조금 의심스러워 피검사를 전문 기관으로 보냈다. 결과는 수요일쯤 알게 될 것 같다.



수술 후 만난 푸디는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털까지 스며들었다. 피검사를 위해 채혈한 다리에도 털 위로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링거를 맞은 다른 쪽 다리는 지혈을 위해 반창고가 감겼다. 수술한 다리는 강아지용 십자인대 파열 보호대 같은 것이 채워져 있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드레싱 후 떨어지거나 이물질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한 용도 같았다. 그야말로 푸디의 얼굴은 수척해 보였다. 아마도 얼마나 나를 원망하고 있었을까. 꼭 안아주고 집에 데려가서 고기를 구워줬다. 다리가 불편한지 잘 걷지 못해서 가슴이 미어졌는데, 다음날 조금 나아진 모습에 안도했다.


다시는... 수술 같은 걸 시키고 싶지 않다.

제발, 아무 일도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조직검사 결과가 악성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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