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항해

배를 버릴 수 없는 선장

by 김효정

"한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이야."

기껏 서른 다섯의 내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내 인생의 배를 운항해야 하는 선장이다. 나의 배는 아주 작고 볼품 없으며, 견고하지 않지만 나는 운좋게 지금껏 배를 운항해왔다.

배는 시도 때도 없이 부서졌고, 삐그덕 거렸으며, 물이 샛다. 선원도 없는 배를 혼자서 운행해야 하는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쉽지않은 도전이고 쉽게 내 뱉지도 못하는 한숨이지만, 나는 사는 동안 운항을 멈출 수 없다. 자꾸만 변해가는 상황과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겨났다.


선배에게 징징대는 소리로 왜이렇게 사는게 고단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웃으며 입을연다.

"한달에 고정적으로 우리 가족이 쓰는게 450이다. 내가 아내에게 매달 350을 가져다 주니까, 그걸로 부족한거지. 아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것도 해결되지않아."

역시나 어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라, 아이를 낳지 않는 편이 낫지않냐는 나의 이야기에 웃으며 입을 연다.

"너는 토끼같다가도 때론 여우같아. 둘 성향을 다 가지고 있으면 토끼로 그냥 순수하게 사는게 낫지않냐? 나는 애 낳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요즘 사람들 생각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선배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현재를 즐기는 요즘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이기적이고 아니고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선택의 문제일뿐.


능력만되면 결혼하지말고 혼자 살라던 엄마의 반복적인 이야기는 나의 인생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엄마가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보다 "능력만 된다면"을 더 강조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연애따위는 아예 시작도 안하고 나를 발전시키는 일에 더 힘을 쏟았거나, 아니면 내 능력으로는 늙어서까지 멋있게 살지 못함을 인지하고 빨리 나와 함께해 줄 동반자를 찾는 일에 열을 올렸겠지.


현실적이지 않은 부모의 조언은 아이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제대로된 방향성을 잡아주지 못한다. 현실보다는 이상에만 사로잡혀 허송 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주변인들의 이야기에 휩쓸려 자꾸만 날 초라하게 한다. 내 보폭에 맞게 천천히 걸어왔던 길이 어느샌가 빛나지 않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어버렸으니.

바보같은 생각들에 휩싸여, 나를 부정하는 순간 더이상 자신이 설 곳이 없음을 알면서도.

요즘의 나는 초조하고, 불안하다.



책을 읽는다.

주변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싶어서다. 며칠전 만난 택시기사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다.

"친구들 이야기 귀담아 들을 필요 없어. 만나면 아가씨한테 본인들 결혼생활 행복한 것처럼 좋은 것만 이야기 하지? 다 허세야. 어느 가정이건 말 못할 힘든 것들이 있는거야. 나중에 아가씨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더라도, 꼭 기억해. 그 남자가 아가씨한테 어떻게 해주기 때문에, 행복해서 결혼을 결심하기 보단. 내가 이 남자를 정말 멋있는 남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결혼을 해."

아저씨의 말대로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결혼에 대한 거품은 뺄 수 있겠지 싶다.


삼십대 중반. 적지 않은 나이.

사사로운 것들로 더는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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