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쉬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너무나도 사사로운 이야기

by 김효정

왜일까, 다시 그 통증이 일어났다. 심장부터 등까지 쥐어짜는 듯한 고통과 척추를 바로 세우지 못할만큼의 찌릿함이, 이번엔 차를타고 가면서 난데없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병원에 가봐


사람들은 걱정하며 검진을 받아보라고 했지만, 며칠전부터 내 몸을 혹사시켰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몸이 예민해진 상황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제발 쉬어줘, 나 힘들어.'라는 몸의 이야기를 무시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 일이 있기전에도 취재를 나갔다가 꼭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뜨겁고 목이 따가웠으며, 이가 시큰거렸다. 체한 것처럼 속도 좋지 않았다. 사진작가의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온몸이 따끈거리며 아팠고 의자에 앉아있지 못할만큼 답답했다.

내 안색이 안좋아 보였던지, 바로 집에 들어가는건 어떠냐는 그의 말에도 밀린 원고가 신경이쓰였다. 회사로 돌아와서 단순히 체한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소화제를 먹었다.

마침 이날은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생일이었다. 아팠지만 분위기를 깨고싶지 않았고 저녁이라도 먹어야 할 것같아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곤 그몸으로 술을 마셨다. 술을 먹으니까 각성효과였는지 모르게 아프지 않았다.

그 다음날 아침 심장의 고통이 나타났다. 전처럼 한시간 가까이 날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20분 가까이 심장쪽을 눌렀다. 이런일을 겪고보니, 어쩌면 내가 몹쓸병을 앓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많았다. 꼭 아플때 일까지 많은건지. 심장을 누르는 고통에선 벗어났지만, 온몸에 열이 올랐다. 머리가 뜨거워서 따끔거렸다. 누군가는 얼굴이 너무 새빨갛다며 어디 아프냐고 걱정하듯 물었다.

일찍 퇴근해야 했으나, 원고마감이 코앞이였다. 일정이 너무 빠듯했고 다른 일들도 줄줄이 걸려있었다. 야근을 하면서 생각했다.

미안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살면서 지켜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모든걸 쥐고 놓지 않으려고 했던게 잘못이었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지키는 건데. 바보처럼 나 조차도 지키지 못하고 다른 것들을 끌어 안으려 했던 것이 참 바보처럼 느껴졌다.

언제까지 20대처럼 살 수는 없구나. 이제 몸도 마음도 4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니 조금 서글퍼졌다. 그리고 나는 매우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 화나게 만들었다.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런거였구나. 나는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그런 간절함은 소울메이트처럼 마음이 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가 나약해졌기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난 이래도, 저래도 좋았다.

이런 우유부단함이 나라는 정체성을 흐트러놓았다. 내가 분명하지 않았기때문에 상대는 오해했다. 그 결과 서로 같지 않은 사람이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허상만 쫓고 있는 나비처럼 나는 어느 꽃에도 앉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나를 지키고 싶다. 더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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