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너만 손해야

아직도 상처받을 게 남은 당신에게

by 김효정
몸은 좀 괜찮니

IMG_0634.JPG


라고 말해 주었다면 좀 나았을까.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선행을 베풀고 알아주기를 바라고, 무언가 손해를 봤다는 느낌이 들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사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나도 그에게 도움을 줘야 함을 의미한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사람들의 생각. 하지만 계산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도움을 줘야겠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도움을 주더라도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의 호의를 ‘고맙고 좋은 사람이구나’에서 끝내버린다.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그렇게 상대의 호의를 감사로만 받았을 때, 인간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왜 변했을까?'를 생각했다면 분명 이유는 있을 것. 세상에 내 맘 같은 사람은 없다. 살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그 인생은 축복받은 것. 그래서 우린 가까운 사이면 사이일수록 이런 호의나 도움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민감해져야 할 일이다.


나 같은 사람은 애당초 이런 것들이 쉽지 않다. 의례적으로 하는 고맙다는 인사도 부끄러운 나는...

처음부터 도움 같은 건 받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혼자서 해야 할 일들을 늘려야 할 이유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심적으로 편할 것 같다.


가끔, 정겹던 사람이 무섭고 낯설다.

이런 감정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더 상처를 입는다.


평소와 다른 그의 목소리, 눈빛, 행동의 변화는 큰 눈덩이가 되어 우리 둘을 가로막는다.



IMG_0875.JPG


아프지만 말자, 건강하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등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정말 삶의 질이 떨어졌다.

마음 편하게 푹 자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 번은 잠을 자다가 너무 아파서 거실로 나와서 홀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출근해야 하는데, 잠 못자는 괴로움이 이런거구나. 왜 벌써 이렇게 아픈 걸까. 난 아직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니고, 고작 30대인데, 왜 나이 든 사람처럼 등이 쑤시고 구멍이 난 것처럼 시리고 아픈 건지.


아무도 이 아픔에 대해 알지 못한다.

나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 같은.


누군가 걱정하듯 물으면 괜찮아졌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계속 아프다는 것을 숨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고통에 관심이 없고, 징징거리는 걸 듣기 싫어한다. 덜 아프고 아주 많이 아프고 딱 이 두 가지로 내 등 컨디션은 나뉜다.


평소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채팅방에 등이 너무 아파서 새벽에 일어나 울었다, 잠 못 자고 안마기를 주문했다는 이야기에 다들 걱정하듯 병원을 추천해줬지만,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본인의 아이는 이제 다 커서 아기 머리 보호대를 할 수 없으니, 곧 출산을 앞둔 채팅방의 다른 후배에게 주겠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귀엽게 생긴 물건이라며, 꿀벌 모양의 머리와 등 보호대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킥킥댔다. 꼭 그 순간에 그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 아파서 울었다는 그 순간에... 처음에는 상처받은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삐걱대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건지 가슴 한편이 뜨거웠다. 말을 꺼내지 말 것을.

그래 사람들은 어차피, 남의 아픔 따위에 관심이 없다. 그 후로도 계속 아기 이야기, 자신의 여행 일정 이야기...갑자기 너무 슬퍼져서 채팅방에 한 글자도 쓰고 싶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다.


내가 며칠간 말이 없자,

"남자 친구랑 알콩달콩 잘 지내지?"라며 말을 걸었지만, 난 대답하지 않았다. 차라리, "몸은 좀 어떠니?"라고 묻는 편이 나았다. 내가 너무 기대했나 보다. 그래도 이렇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기쁜 일에 축하해주고 슬픈 일에 안타까움을 표해주는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궁금했던 것은 나의 연애사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채팅방을 빠져나왔다. 아직도 사람에 대해 실망할 것이 남았는지, 이제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무뎌졌다 생각을 했는데 몸이 아파서인지 자꾸 예민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생활이 즐겁지 않고 의욕이 없어진다.


아프니까 서럽다.

어른들의 말에 벌써 공감이 가면 안 되는데, 더 씩씩하게 살아야 하는데 서럽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슬픔을 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