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도 달콤해지기를
집 앞에 마카롱 가게가 생겼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길 예정이다. 7월 중 오픈 예정이라는 핑크색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곳에 마카롱 가게라니.
어울리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런 곳에 마카롱 가게를 내려는 것일까?
이 거리의 다른 가게들과 비교해 봤을 때도 전혀 어울리는 공간이 아닌데도 말이다. 감자탕, 돼지고기, 추어탕, 횟집, 사철탕... 일명 아재(?) 음식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이 곳에 마카롱 가게가 생긴 다는 것이 어색했다. 확실히 이 근처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나가면서 힐끔 오픈을 알리는 포스터에서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했다.
이사 후 후배를 집에 데려온 날. 후배는 지하철에서 우리 집까지의 거리를 걸으며 말했다.
선배, 집에 일찍 일찍 다녀야겠어요.
여기 무서운데?
이미 이 동네에 익숙해져 버린 난, 별 생각이 없었다. 사실 신림동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후에 혼자 지내는 것이 무서워졌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난 더 무뎌지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오피스텔을 알아볼걸 그랬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사는 집은 강아지를 위해 선택한 공간이었다.
반려견의 입실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1층엔 애견 미용실이, 집 건너편엔 넓은 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웃긴 건 그냥 던진 후배의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을 만큼 나약한 존재였다는 걸 새삼 또 깨달았다. 가끔 나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하는 그런 말들이 신경이 쓰이곤 한다. 특히 난 정말 잘 살고 싶은 사람이므로 집이 중요하다. 하지만 서울의 집들은 나의 이런 생각을 완전하게 다 무너지게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이성을 만나야 한다는 의욕도 사라져, 노력조차 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든 안 만나든 앞으로의 미래는 불확실하겠지만, 더욱 난 결혼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고 홀로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막연히 막막했다.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을까?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하나. 서울에서의 생활이 즐겁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서울이 싫어졌다. 어디든 일할 곳만 있다면 떠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삼십 대는 그렇게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오르락내리락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빨랐고 어지러웠다.
그만 좀 가지고 놀아
사람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괜찮다고 말했지만, 난 시작할 수 없었다. 난 전의를 잃었다.
인생은 끝도 없는 싸움의 시작이었다.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어디 한번 덤벼보라며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냥 평화롭게 내 작은 영역만 지키면서 살면 안 되나. 왜 자꾸 덤벼대는 건지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새로 생길 마카롱 가게는 나와 닮은 것 같았다.
갑자기 굴러들어 온, 어울리지 않는 존재.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 파스텔 톤의 달콤함이 좋지만 달기는 하지만 영양가는 별로 없는. 이런 염세주의적인 생각을 대체 언제부터 시작한 건지. 그래도 세상 긍정은 다 가지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하던 사람도 있었지.
어디선가 나타난 마카롱 가게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만을 기대하며, 잠시만이라도 달콤한 꿈을 꿔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