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고, 억압을 경험하는 대상이 부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언제나 가장 가까우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부모의 말과 태도는 다른 누구보다 자녀들에게 크게 작용합니다. 문제는 그 기대와 시선이 때로 아이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삶에 허들이 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가장 쉽게는 부모가 자녀의 선택을 대놓고 반대하는 경우입니다. 진로, 친구 관계, 생활 방식 등을 부모가 강하게 통제하거나 금지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고민하기보다 부모를 설득하거나 반대를 극복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이럴 때 아이들은 중요한 시간을 잃게 됩니다. 원래라면 청소년기는 진로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며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부모의 강한 반대가 앞에 놓여 있으면, 아이는 그 반대를 넘는 것에만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를 설득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반대를 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몰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의 삶을 깊이 고민하는 시간은 오히려 부족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양육태도는 좋지 않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자녀의 미래 계획까지 부모가 모두 결정하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학교를 가야 하는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까지 부모가 미리 정해두고 그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부모가 설계한 계획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고 맙니다. 더불어 성인 이후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정체성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까지 더해집니다.
더 흔한 경우는 부모가 훨씬 간접적인 방식으로 은근히 반대하는 경우입니다. 직접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학업과 성취에 대해 끊임없이 기대를 드러내거나 은근한 압박을 주는 부모 유형입니다. 아이들이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했을 때 “쓸 데 없는데 에너지를 쓰니?”라던지 “지금은 공부가 더 중요하지 않니?"와 같은 반응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꺼내지 않게 됩니다. 겉으로는 형식적인 대화는 오가지만 결국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것입니다.
아동·청소년기는 자신의 삶을 조금씩 만들어 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너무 앞에 서 있어서, 자녀가 삶을 살아가고 미래를 계획할 때 극복해야 할 산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부모는 앞에서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기보다 뒤에서 알게 모르게 등을 밀어주는 바람 같은 존재이면 충분합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배가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억지로 끌지 않지만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렇게 자녀를 도와주면 어떨까요? 부모로서 자녀가 나아갈 삶의 항로를 모두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자신만의 길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뒤로 조금 물러나 기다려 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