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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Nov 23. 2023

감독 실수로 수능이 망하면 어쩌지?

교티의 상담수첩

올해 수능감독으로 차출되었다. 수능감독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큰 시험에 감독관으로서 정확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소재까지 따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능감독관을 자원하는 교사는 거의 없으며 나 또한 지원해 본 적 없다.


그래도 매번 안 갈 수는 없으니 어느 때가 되면 또 가야 한다. 학생들은 중요한 날이니 긴장하고 예민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교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도착했다. 감독 유형 중 나는 부감독만 맡게 되었다. 정감독은 앞에서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많고 부감독은 보조자의 역할 정도가 된다.


학생들이 수능을 완벽하게 치를 수 없는 것처럼 교사도 완벽하게 감독 수행할 수는 없다. 시험에 지장은 없지만 사소한 실수들 하게 된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나는 부감독으로서 정감독과 시험에 누가 되지 않도록 좀 더 신속, 정확하게 움직이고자 했지만 순서적인 측면에서 우왕좌왕하며 헤맬 때도 있었다.


내심 정감독에게 약간 미안하다는 생각도 하며 첫 번째 시험감독이 종료되었다. 그런데 정감독 선생님께서 에게 감기약을 먹어서 실수를 많이 했다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감독 내내 정감독 선생님이 실수를 했다고 생각된 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마음속으로 의지하고 있었는데 내게 이런 말을 건네는 것이 의아했다.


두 번째 감독시간 다른 정감독 선생님께서는 자신도 실수했는데, 부감독 선생님께서 너무 잘해주셔서 본인이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을 건네셨다. 음 이번에도 역시 상대가 어떤 부분의 실수를 한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이런 중요한 감독이나 발표 등을 앞두면  불안을 느끼고 긴장하게 된다. 그러면서 강박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게 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럴 때 자신의 실수는 크게 보이고 남의 실수는 보이지 않는다. 나 자신을 반복적으로 점검하고 수정하고 행동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실수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의 실수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조금 더 실수하고 조금 더 편하게 행동해도 될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우리는 허구의 완벽한 대상을 쫒을 필요도 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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