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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Feb 14. 2024

나를 완벽하게 보는 사람을 만날 때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상담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학부모 혹은 내담자가 있다. 바로 성격장애 군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성향의 사람을 만난다면 더욱 그렇다. 이들은 정서적 불안으로 대인관계가 불안정하며 매우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 현실과는 다르게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증상이 이상화와 평가절하이다.


안정적인 대인관계 경험을 가져본 적 없는 이들은 주변 대상을 이상화하다가도 금세 평가절하 해버린다. 상담에 온 어느 한 주에는 나를 구원해 줄 완벽한 상담자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다음 주에 작은 단서를 갖고 상담자를 음해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해 버린다.


예를 들어 상담 첫 회기 면담에서 내담자가 이미 병원과 여러 상담센터를 다닌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담자가 다녀 본 기관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의사와 상담사의 험담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뭔가 좀 다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면, 상담을 잘했다고 들뜰 필요가 없다. 험담을 늘어놓은 사람들처럼 다음 차례는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을 쉽게 공격하는 태도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자신의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미성숙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 나를 완벽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정말 완벽한 사람이야."라고 할 때 기분이 좋을 수 있겠지만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신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람'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상대방의 완벽이라는 기대에 맞추어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한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정말 완벽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지 말자. 오히려 상대방이 환상을 갖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다. "저도 종종 실수를 하고 이런저런 단점이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말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누군가를 돕는 일이기에 '너무 좋으신 분' 혹은 '대단하신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능력이 되는 선 안에서만 상담했습니다. 나머지는 병원이나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라고 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누군가의 기대를 낮추는 작업도 중요하다. 나에게 기대를 하는 누군가, 나를 이상화하는 대상에 맞추어 살아가려 한다면, 결국 나를 잃어버리게 되고 상대방이 거는 주문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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