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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Apr 02. 2024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작년 같이 근무했던 교감선생님은 올해 교장으로 발령받아 여중으로 가셨다. 오랜만에 교장선생님 전화 받다. "선생님 우리 학부모 총회 선생님이 특강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각해 봤을때는 선생님제일 나은 같아. 그래서 부탁 하려고요" 나는 일단 내가 필요한 일이라면 하겠다고 한 뒤 통화를 종료하였다.


통화 후 나는 교장선생님이 나에 대해 착각을 하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상담사례 관리는 많이 해봤지만 강의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했던 일이기에 열심히 자료를 만들고 원고를 작성했다. 준비하는 과정 중에 평화로운 '육아휴직'을 방해한 교장선생님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남는 시간에 놀면 뭐 하겠는가.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강의를 의뢰해 준 것이 나에게 기회라 여기며 준비해 나갔다.


시간이 지나 강의 날이 되었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교장선생님에게 또 전화가 왔다. "선생님 비가 많이 와서 어떡하지? 선생님 이야기를 많은 학부모들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선생님이 평소 학부모랑 소통하는 것처럼 편하게 하면 분명 잘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와요."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자 두근대는 마음이 조금은 사라다. 평소에도 잘해왔으니 이번 일도 잘할 것이라고, 그것이 빈말일지라도 누군가가 나에게 일관된 믿음을 준다는 일은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생각했던 것보다 떨지 않고 강의를 잘 마치게 되었고 교장선생님 강의가 끝난 뒤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네셨다. "오늘 강의 좋았어. 이렇게 한 번 시작해 보는 거야. 앞으로 상담도 하면서 같이 강의도 많이 해요."


이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강의 경력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좀 미흡하더라도 나에게 한 번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라 느꼈다. 숙련된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내가 부끄러워진 순간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보내 준 교장선생님께 감사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시작할 때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좋은 어른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축복이다. 나도 나의 자녀와 학생들에게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걸어가는 길을 응원해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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