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이제 학교 안 다녀요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학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홈스쿨링을 하기 위해 학교를 유예하거나 관두는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홈스쿨링을 하겠다는 학생의 계획은 부모의 의견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 또한 부모로부터 홈스쿨링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많이 전해 들어 그런지 학교를 관두는 것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과 자주 어울릴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가정에서 홈스쿨링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물론 학교에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말하기는 부모와의 상호작용만으로 터득할 수 있고, 길 찾아가기, 운전하기,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등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렇지만 상담교사로서 학교는 꼭 다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다니며 고차원적인 지식을 추가로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리 속에서 존재하는 나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아기를 지나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거대한 집단 속에 속하게 된다. 유치원이란 작은 집단을 벗어나 몇 백명이 속하는 거대 집단에 들어가는 경험은 아이에게는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의 놀라움일 수 있다. 물론 아이에게는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고통스러움을 견디면서 다양한 집단 구성원 속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성장한다. 지구에 만일 나 홀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라는 존재가 누군지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어떤 활동을 좋아하는지, 어떤 활동은 좀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람들과는 안 맞는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때로는 불편한 친구에게 자기주장을 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관계에서 좌절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은 성숙한 인간이 되어간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은 나이가 들수록 세련되고 능숙해진다.
홈스쿨링을 결정할 때, 학생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진로를 위해 선택한 것인지 가장 먼저 고려해야겠지만 한편으로 사회적인 장면으로부터 자신이나 자녀를 도망가게 하거나 후퇴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침팬지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숲에 남겨진 침팬지는 생존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듯이, 사회적인 장면으로부터 멀어지는 선택을 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하고, 뚜렷한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