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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May 13. 2024

왕따 가해자로부터 아이들 구하기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정신과 의사 나카이 히사오 '왕따의 정치학'에서 왕따를 3단계로 구분한다. 이 3단계를 알고 있으면, 왕따가 일어나는 과정을 잘 파악할 수 있다.


왕따는 고립화, 무력화, 투명화 단계를 거친다.

먼저 고립화는 왕따의 목표물을 만드는 것인데 가해자는 피해자의 사소한 특징을 물고 늘어진다. 그 사람 특유의 특징이나 버릇을 과장되게 흉내 내거나 놀리는 것이다. 이는 낙인을 찍는 행동인데 주변에서는 특별히 왕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장난식으로 동조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선생님조차도 왕따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에 동참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특유의 특징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표적이 된 당사자에게 '나는 이런 특징이 있으니 왕따를 당해도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은 무력화로 고립당한 피해자가 반항하려고 할 때 그것이 무의미하고 소용없다는 것을 철저히 주입시키는 단계이다. 반복적인 폭력과 강압행위를 통해 저항할 수 없도록 무기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명화는 왕따는 계속 당하고 있는데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친한 친구처럼 피해자를 무리에 함께 어울리는 것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왕따를 당하지만 주변 사람들도 이에 무감각해지는 단계이다.


3단계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왕따가 태동하는 고립화 단계이다. 


현장에서 친구들이 놀리거나 자신에게 안 좋은 소문이 났다며 찾아오는 학생들은 흔하다. 장난 섞인 별명을 부르는 것이 모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담교사가 들어본 별명 중 명백하게 사회적 지위를 훼손하거나 무리에서 배제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별명들이 있다. 예를 들어 돈미새(돈에 미친 새끼),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끼)라고 부르거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부르는 경우를 보았다. 밖에도 특정 신체부위를 조롱거리로 삼아 장난치는 행위 등은 상대방이 결코 유쾌할 수 없다.


백 번 양보해서 맥락에 따라 한 두 번 이러한 장난이 허용될 수 있겠으나, 그 놀림의 방식이 일방적이고 특정 대상에만 강요된다면 이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교사나 주변에서 개입하여 해당상황을 탐색, 중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학급에서 서로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문화를 갖지 않도록 학급규칙을 세우고, 학생들이 함께 지켜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담화보다는 터놓고 갈등과 두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왕따가 태동하려 할 때 놀림받는 피해자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조롱하고 괴롭히려는 가해자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때 한두 명의 노력보다는 공동체가 가진 규칙과 문화가 문제를 해결해 줄 가능성이 더 많다. 해서 개인 간의 갈등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학급 단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개입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한다.


나의 생각에 왕따 초기 고립화 단계에서 아주 빨리 끊어내야 한다. 무력화, 투명화 단계로 진행되면 다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곱절의 노력이 들게 된다.


장난과 조롱 사이를 미묘하게 오가며 상대방의 가치를 훼손, 고립시키는 태도를 민감하게 알아차려보자. 일단 아차려야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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