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다양한 아이들의 고민과 삶을 만나게 됩니다. 학생들의 고민은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나이에 비해 버겁습니다. 힘든 학생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다 보면, 그 시절 내 고민은 별거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의 나는 어땠었나 하고 자연스레 과거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제가 만나는 학생들보다 나은 점이 없어 보이고, 찌질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찔찔이에 수줍음이 많고, 무엇 하나 제대로, 열심히 해 본 기억도 없습니다. 이런 이전의 나를 지우고 싶은 과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성숙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미숙하고 찌질한 과거도 안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상담 계통에서 만난 분은 세련된 외모에 늘 자신을 가꾸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지방에서 만났지만 그분은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그와 대화를 해보니 자신은 지방 출신인데 어린 시절 시장 근처에서 살아 시장에서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가 듣기 싫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투리도 고치고 있으며, 과거 시장통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은 지우고 싶은 과거라고 하더군요. 물론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을 수 있겠지만, 그 시절의 자신까지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부끄러웠던 과거를 떨쳐내고 부정하려 합니다. 가끔 연예인들이 이런 언급을 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활동했던 내가 아니다"라거나, "현재는 다른 길을 가고 있으니 과거 내용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등 말이죠. 하지만 과거의 내가 발판이 되어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지 현재의 나는 한순간 불꽃처럼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나온 모든 시간은 우리의 일부입니다. 그 시절의 아픔, 실수, 부족함까지도 결국 현재의 나를 이루는 중요한 조각들입니다.
과거의 나를 부정하거나 숨기지 말고, 이전의 자신도 인정하고 아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찌질했고, 어설펐고, 볼품없던 내 모습이 싫은가요? 하지만 그것도 내 삶의 일부였고,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도 과거의 내가 싫다면 그 시절의 나를 귀엽다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조금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면, 고생이 많았다고 말해주세요. 어린 시절의 나는 최선을 다해 버텼고 나름 잘 해냈습니다. 그런 나를, 가장 먼저 내가 사랑해 주도록 합시다. 어린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먼저 품어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