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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

by 교교

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 학생들의 삶을 간접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상담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환경적인 어려움은 물론, 정서적인 고통까지 함께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감을 심하게 경험한 학생들 중에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만나고 있을 때면 전선을 지키는 군인과 같은 비장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뭐든 하겠노라고 말입니다.


치기 어린 초보 상담사 시절에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했습니다.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친구가 되어주며, 상담사로서의 역할까지 모두 해내면 나의 진심이 전해져, 아이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 마음은 분명 최선을 다하는 자세였지만, 돌이켜보면 한 가지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 못해내고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상담사는 상담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아이를 심리적으로 상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부모상담을 통해 아이를 이해시키고 양육방식을 조율하는 것. 그것이 상담사가 맡아야 할 몫입니다. 이렇듯 제 자리에서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지 부모가 잘못된 양육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평생 해줄 수도 없는 부모 역할을 대신해 주겠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입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해야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 또한 아이를 살리기 위한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합니다. 필요한 경우 정신과 입원치료를 결정하는 것도, 아이의 불안정한 상태를 견디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자녀의 고통 앞에 중심을 잃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함께 휘말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존재 또한 부모입니다.


제 안타까운 기억 중 하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큰돈을 들여 자녀에게 '굿'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무속신앙의 효과에 대해 저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자녀가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개입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는 그때 아이의 부모가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아이를 살리기 위한 간절한 마음에서 위와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은 마음이 아프고 이해가 됩니다.


이렇듯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듯, 저 역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위해 옳은 결정을 하고 옳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 나가면 됩니다. 저도 위기사안이 발생하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마음을 다집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옳은 결정들을 해나가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소중한 마음들이 연결될 때, 아이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다시 힘을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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