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열심히 해도 기대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점점 하기 싫어집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무엇이든지 잘돼야 신도 나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법인데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점점 하기 싫어지면서 "이젠 필요 없어"라는 마음이 자리 잡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하는 학생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보고 가장 쉽게는 "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니?" "조금만 노력해 보면 되잖아?"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아이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은 채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질문입니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다가갈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관계에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후에 지금의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친구들을 잘 사귀고 싶어 했던 수많은 시도들마다 실패와 좌절을 겪은 아이는 더 이상 사람들과 세상에게 손을 내밀 용기가 없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멀어짐으로써 최선을 다해 본인을 보호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 사람과의 관계가 두려운 아이에게 등을 떠밀면서 친구들과 잘 지내보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상처를 깊게 만드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반복되는 실패 속 자신을 지키고자 뒤로 물러섰던 아이가 다시 타인과 세상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도움을 건네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는 지금 아주 작은 성공경험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주변의 또래친구를 붙여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또래친구가 원치 않을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 속 변수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바로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혹은 신뢰할만한 어른이 먼저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매번 좌절만 겪던 아이에게 묵묵히 용기와 응원을 보내주는 단 한 사람이 되어 아이가 처음으로 믿어도 된다고 느끼는 세상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관된 애정과 신뢰를 보낼 때 아이는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버텨낸 사람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때로는 한 사람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이 바뀌고, 믿을 수 없다고 느꼈던 타인을 신뢰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경험은 아이에게 관계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씨앗이 됩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젠가 아이 스스로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줄 수 있는 힘으로 자라납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신뢰와 애정은 그렇게 또 다른 누군가를 지켜봐 주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씨앗이 자라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이 아이들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햇볕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