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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세상에서 마음을 기다리는 법

by 교교

사람들은 누군가 무섭다고 말하면 대체로 무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합니다. 어떻게 해야 무섭지 않을 수 있는지, 그 감정을 빨리 벗어나는 법을 찾아서 전달하려고 하는데요. 불안하다고 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을 빠르게 떨쳐내는 기술이나 긍정적인 사고방식, 마인드 컨트롤 같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현대사회가 효율적으로 과업을 처리하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마치 빨리 사라져야 할 비효율적인 장애물처럼 여겨지고,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일은 마치 효율을 해치는 것처럼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간주하고,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야만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그런 조언이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을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며 훈련하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감정이 그런 방식으로 다뤄져야 하는 것은 아닌데요.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감정은 내 마음에서 ‘몰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견뎌야 할 어떤 것’에 가깝습니다.


가령 불안을 몰아내는 것보다, 불안감을 느끼는 나를 있는 그대로 두고, 흘러가는 불안을 바라보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불안함을 없애주는 해결 방법이 아니라, 불안한 감정을 견뎌내는 동안 곁에 있어주는 한 사람일지 모릅니다. 불안할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이 불안은 잘못된 거야'라고 명명하고 해결해 볼 것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불안해도 괜찮아'라는 말입니다. 지금 그 감정을 느껴도 괜찮다며 내가 느끼는 감정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 감정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버틸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마음은 다시 회복할 준비를 합니다.


감정은 해결되지 않아도, 함께 견뎌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조금 덜 외로워지고, 덜 무서워집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실천 방법도 좋지만, 그런 감정을 지닌 나를 함께 견뎌주는 한 사람이 때로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누군가의 감정 앞에서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사자도 상대방이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견뎌내는 사람 곁에서 판단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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