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왜 사냐고 물으면 그저 웃지요.'라는 말처럼
왜 살아야 하는지 답이 없는 물음을 스스로 끊임없이 던졌다.
그 끝에 도달하는 건 늘 '행복'이었다.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삶을 꿈꿨다.
'행복'이란 늘 이렇듯 거창하게 나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서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 더 관심을 두는지 모르겠다.
진짜 행복은 어디서 온 거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지? 나 행복하게 살 수 있나?
수많은 물음표를 꽁꽁 품은 채 책장을 열었다.
책장을 닫고 난 지금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을까?
이 책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산다고 얘기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을 풀어가는데 행복은 단지 생존을 위한 쾌감, 새우깡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강아지에게 훈련 시킬 때 좋아하는 간식(새우깡 : 실제로 주면 큰일 난다, 책의 예시)을 주면 자연스레
그 행동을 하게 만들 수 있듯 인간도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일, 사냥, 번식 등을 하기 위해
행복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고 누군가와 신체 접촉을 하면 행복을 느끼는 이유가
우리 생존에 꼭 필요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행복이란 고차원적인 철학적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한 대 뎅~ 맞는 느낌이다. 그래 인간도 동물이지. 근데 그건 과거에만 필요한 거 아닌 가?
인간의 뇌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원시인의 뇌로 산다고 해도 현재의 나는 생존과 번식만을 위한
삶을 꿈꾸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마음속에 이상한 거부감이 올라온다.
나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차원적인 행복론이 더 익숙한 게 사실이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명제 말이다. 근데 이 책에서는 '아냐!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살 뿐이야. 그걸 하기 위해 행복은 필요한 도구인 거야. 말한다.
근데 이 말이 마음을 참 가볍게 한다. 그래 행복 별거야? 잘 먹고 잘살면 그게 행복 아니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담보 잡히고 SNS 속 다른 사람의 행복을 훔쳐보며 부러워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가볍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나 보다.
주변 사람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 애쓰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행복을 저울질 하는 내 모습 진짜 별로다.
그걸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해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편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잘~ 살기 위해 중간중간 행복을 느껴줘야 하는 거라고 서울 내 집 마련, 복권 당첨처럼 엄청난
이벤트만 행복이 아니라고 소소하고 소중한 행복을 순간순간 많이 느껴줘야 한다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닫을 때 참 따뜻한 사진이 마음속에 포옥 안겼다. 그래서 결국 행복은 뭐냐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한 끼를 먹는 것, 그게 행복이라고 말이다.
그래 내 주변에 행복이 이렇게 조약돌처럼 널려 있었네.
그런데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바위만 동경했구나. 내 주머니가 꽈악 찰 때까지
내 작고 소중한 조약돌을 하나하나 주우며 행복의 빈도를 채워줄 거다.
행복이 사라지면 다시 주우면 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온기를 나누고 맛있는 걸 먹는 삶.
생각만 해도 행복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