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맞는 발걸음

내 영혼과 대화하는 시간

by 하람

나는 천천히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만끽하며 걷고 싶은데 내가 있는 곳은 공원 한 복판이 아니라

러닝머신 위다. 걷는 것을 멈추면 주르륵 미끄러져 내린다. 심지어 러닝머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나는 숨이 헐떡인다. 이제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next step으로 나아갈 때. 때가 되어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이 가슴을 섬찟하게 한다.

어느덧 9년 차. 10년 차를 앞두니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다. 이제는 체력과 시간의 한계를

점점 더 느낀다. 바운더리 치고 내가 해야 할 공부, 전문 분야를 쌓아야 하는데 내 생각이 떠오를 시간을

기다려주기가 어렵다. 사실 생각할 시간을 내지 않는다. 나의 한계를 명확히 들여다보고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데 한계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소정쌤은 내 주변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냐고 물어본다.

잘 모르겠다. 나부터도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문제를 알아야 해결책을 찾는데 그 문제에서부터 방향을 헤매고 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내 업에서는 유명해져야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나는 왜 그 유명해지는 게 그렇게 두려울까?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걸까? 유명해질 자신이 없는 걸까? 아니면 그 후의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걸까?

조금 더 깊게 사색하고 내 안에서 답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늘 바쁘다는 핑계로

나와 대화를 하지 않으니 자꾸 곤경에 처하는 거 아닐까?


주역에서는 곤란이 오는 이유를 '자기 안의 신과 소통하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내 주변이 이렇게

어지러운 건 나와 대화를 하지 않아서겠지? 마주하기 힘들지만 조금씩 직시하고 나와 같이 앉아있어야겠다.

처음부터 대화를 하기는 어려우니까 그냥 옆에 앉아있는 거다. 그러다 자연스레 마음을 주고받고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러면 자연스레 내가 가야 할 다음 길이 보일 테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정신을 맑고 또렷하게 유지하는 일. 진짜 위기는 정신 관리를 못할 때 일어난다고 하는데

요즘 내 삶에 위기의 경고등이 삐용 삐용 들어오는 거 같은 지금. 다시 한번 정신을 다잡고 성실히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늘 이런 위기의 순간에 나는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영적 세계로 나아갔다. 이번에도 그런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 한국의 세련미처럼 갈고닦아 더 이상

다듬을 것 없는 군더더기 없는 상태의 아름다움으로 나아갈 거다. 스스로 평온한 영화의 세계로.







생각구독 : 인생의 Next Step

나만의 제목은? 때에 맞는 발걸음

하나의 키워드를 뽑는 다면? 영화 (영화란 스스로 평안한 것)

암기하고 싶은 문장은?

- 무엇을 이루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어. 지금 나에게 필요한 태도.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보려 했었지.

때로는 생각이 나지 않아 이틀 내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던 적도 있어. 그러나 중요한 건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나는 내 영혼을 충분히 기다려줬다는 거야.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2화진물 나게 품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