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해본 스노클링, 거북이와 돌고래를 만난 순간
우리는 200만 원 돈에 새로운 범인을 생각해 냈다. 바로바로 두바이 사막 오후 투어 가이드!!!
사막에서 어쩐 지 샌드보딩도 하고 다른 가이드들은 사진도 찍어주고 하던데 우리 가이드만
방치하는 거 같더라니 차에 두고 내린 가방을 뒤진 것 같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끝나고
팁까지 줬건만-!!! 호텔에서 온 연락을 봐도 그렇고 그 가이드가 더 유력한 용의자였다!
그럼에도 어쩌나... 그냥 우리는 리뷰 남기기로 하고 이 일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 사건으로 어렵게 온
몰디브에서의 모든 날을 망칠 수는 없으니까... 물론 신랑은 200만 원이면 비즈니스 석을 탔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나는 200만 원이면 몰디브 리조트에서 몇 박을 더 묵을 수 있나 생각하며 아쉬워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식을 먹으러 갔다.
밝을 때 본 몰디브 리조트는 처음이었는데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하얀 모래사장, 야자수로 둘러싸인 섬이
여기가 지상 낙원이구나 싶었다.
하나하나 새로운 음식을 탐험하듯 먹는 그 순간, 미각이 새롭게 살아나는 것 같았다. 맛있는 과일 주스와
와플, 오믈렛 등을 야무지게 먹으며 몰디브에서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됐다.
우리는 첫날 돌고래&거북이 투어를 신청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센터에 가서 기다리고 있자니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속속들이 들어왔다. 근데 다들 수영복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출발할 때부터 수영복을 입고 가야 되나? 그냥 가도 되나? 고민하다 그냥 옷을 입고 갔는데 역시!
수영복이 필요했던 거였다! 래쉬가드, 수영복 몇 벌씩 잔뜩 챙겨갔는데 맙소사!
다행히도 수영복이 없다고 하니까 전문가 옷을 빌려주셔서 입을 수 있었다. 오리발이랑 스노클링 장비까지
야무지게 빌려주셨다. 감사해라. 사실 우리 둘 다 수영을 못할 뿐만 아니라 물 공포증까지 있어서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출발했다. 신랑은 어릴 때 계곡에서 깊은 곳에 잘못 들어가서 죽을 뻔했던 적이 있고
나도 어릴 때 수영장에서 두 번이나 기절해 의식을 잃었어서 물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몰디브에 왔는데 돌고래와 거북이를 꼭 보고 싶었다. 배는 한참을 달려 진짜 짙푸른 바다 한가운데 멈췄다. 그리고는 스노클링을 시작한다고 했다. 잉? 나는 그냥 해변가에서 둥둥 떠서 하는 줄 알았는데? 이게 뭐지? 몰디브는 라군 구역과 바다 구역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뉘는데 산호가 죽어서 생긴 라군 구역은
에메랄드빛이지만 그렇지 않은 바다는 새파랐다. 거기에 망망대해 한 복판에 내리게 된 바다의 모습은
진짜 동해 바다 짙푸른 모습 같아서 무서웠다. 그럼에도 옆에 더 물을 무서워하는 신랑이 있어 큰 티는
내지 못하고 스노클링 장비를 얼굴에 차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맞게 차는 건지 잘 모르겠는 거다.
직원한테 물어볼까 하다가 영어도 잘 못하고 괜히 귀찮게 하는 거 같아서 맞겠지 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우리가 수영을 잘 못하고 무서워하는 걸 알아서 가이드가 우리를 집중해서 챙겨줬다.
다른 분들은 수영을 다들 잘하시더라. 스노클링을 하면서 보는데 긴장도 되고 옆에 신랑도 신경 쓰이고
정신이 없었다. 설상가상 스노클링 장비로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이 따갑고 제대로 바다를
볼 수가 없었다. 눈앞에 막 거북이가 손에 잡힐 듯 있는데 바다 밑이 정말 깨끗하고 파랐는데 마음껏
즐기지를 못해서 아쉬웠다. 이 아쉬움에 스노클링 투어를 한 번 더 하지만 바다 상태가 확실히 달라서
이 정도로 깨끗한 바다를 만나지는 못했다. 신랑도 무서워서 제대로 스노클링을 즐기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한테 스노클링 장비가 너무 커서 바닷물이 들어왔던 거였다. 그래서 다음에 스노클링
할 때는 똥머리를 해서 머리까지 포함해서 스노클링 장비를 써야 겨우 얼굴에 맞았다. 그걸 알았다면
첫날 가장 바다 환경이 좋았을 때 스노클링을 더 잘 즐길 수 있었을 걸 아쉬웠다.
그래도 눈앞에서 거북이도 보고 가이드가 우리의 고프로로 바다 깊숙이 숨어있는 거북이 영상까지 찍어줘서
너무너무 좋았다. 내가 거북이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몰디브에 다녀온 이후로 거북이를
더 사랑하게 됐다.
사실 나는 돌고래 투어를 더 기대했는데 돌고래를 만나는 건 운이기 때문에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럼에도 너무너무 아름답고 멋진 돌고래 떼를 볼 수 있었다. 우리를 위해 공중제비를 돌아주고
멋진 춤을 보여줘서 행복했다. 영상이 아니라 진짜 돌고래를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매끈매끈한 피부와
유려한 몸체로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행운이었다. 푸른 바닷속 귀여운 돌고래를 보고 있자니
영혼 저 밑에서부터 행복한 느낌이 온몸에 충만하게 찼다. 그래 우리는 자연의 일부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사실 몰디브에 오는 게 여러 면에서
부담스러웠을 텐데 나를 위해 함께 해준 신랑에게도 정말 감사했다. 바다가 무서운데 나를 위해 함께 바다에 들어가 주었다. 사실 신랑이 못하겠다고 하지 않아서 이 정도로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무서워할 줄
알았다면 같이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 한 커플은 여자만 스노클링을 하고 남자는 배에 남아 있었다.
나를 위해 용기 내주고 함께 해준 신랑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나 정말 결혼 잘했다.'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이 생각은 신혼여행 내내 계속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