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화번호

by 김지은이



엄마의 휴대폰을 개통했다.


"엄마 나 이제 퇴근해. 좀 이따 봐~"

"엄마 나 배고파 집에 밥 있어?"

"엄마 아까 사오라고 한 거 다 팔렸나봐. 다른 걸로 볼까?"

"엄마 뭐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별 것도 아닌 일로 말을 걸고 "그래" 간단한 대답을 듣는 일이 왜 이리 좋나

엄마가 공중전화로 연락해 오던 때의 나는 자주 초조했고 불안정했는데 쌍방향 연락수단을 갖고 있다는건 큰 안정감을 주는구나


그나저나 엄마는 생애 처음 가져보는 자기 휴대폰일텐데 생각보다 덤덤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들고 다니기 거추장스럽다고 한다.

반면 나는 드디어 폰에 엄마 번호가 생겨서 너무 좋았다.

통화품질 테스트를 해보자며 내 폰에 전화를 걸곤 화면에 뜬 엄마란 글자에 흥분하고 집 안을 옮겨 다니며 "여보세요? 잘 들리지!"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의 인생에서 온전한 "내 꺼!" 는 얼마나 있었을까? 욕심을 내 본 적은 있을까?

언젠가 이모가 술에 거나하게 취해 붉어진 얼굴로 말한 적이 있다.

어릴 적 삼촌이 먹을 간식을 사오라고 내보내졌을 때, 한 밤 중의 골목골목이 너무 무서웠다고. 다시 그 때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얼굴로 서러워했다.

엄마의 상황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을테고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포기하는게 습관이 되진 않았을까 라는 슬픈 예감이 문득 든다.


윤여정 배우님이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하는 걸 배우게 된다고 하셨던가.

근데 나는 엄마가 지금이라도 하나씩 욕심을 내봤으면 좋겠다.

이거 갖고 싶고, 저거 해보고 싶고, 요거 먹어보고 싶고...

세상에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죽기 싫을 정도였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새로운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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