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7살 어린 동생은 아직도 내게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싶어한다.
크리스마스, 생일 선물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내 생일은 제대로 기억조차 못한다.
굳이 내 생일을 읊어가며 꼭 기억했다가 축하해달라고까지 해봐도 큰 소용은 없었다.
“누나, 우리도 평범한 집에서 자랐으면 어땠을까.”
언젠가 별 시덥잖은 얘기들을 하다가 동생이 문득 이렇게 말했었다.
아마도 내게는 이 질문 이후로 동생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동생도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자각,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원망이 있구나 싶은 안타까움 등등에
동질감을 느꼈던 듯 하다.
그래서 동생이 끝없이 어리광을 부리면 이젠 너도 그럴 나이 아니라고 혼을 냈다가도
결국은 “뭐 갖고 싶은데” 라고 다시 물어볼 수 밖에 없다.
아무도 이해 안해주면 너무 외롭고 더 무기력해지니까
나라도, 이거라도 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엄마와 같이 지내는 요즈음 동생은 내가 엄마를 챙길 때면 본인도 똑같이 챙겨 달라는 티를 낸다.
내 생각엔 동생도 나를 도와 엄마를 같이 챙겨주면 좋겠는데 동생 입장에선 그게 아닌가보다.
머릿속이 복잡했던 어느 날엔 유난히 동생의 행동이 보기 싫었다.
너 대체 왜 그러느냐고, 엄마 눈을 피해 방문을 닫고 얘기하다 서서히 언성이 높아지고,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아무리 한참 어린 동생이더라도 나이로는 성인 남성인데 몸싸움이라니 속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일었다.
격한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은 뒤엔 우리가 대체 왜 이렇게 싸워야 할까라는 슬픔이 아주 크게 몰려왔는데,
서로가 할퀸 상처들을 보니 기어이 눈물이 줄줄줄...
생각해보면 동생에겐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보상받을 어떤 시기가 전혀 없었을 것 같다.
나는 20대 초반에 했던 연애를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착각일지라도) 경험을 했었고,
그게 일종의 치유책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연스럽게 그런 경험을 만나게 된다면 아주 운이 좋은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자의적으로라도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동생은 속에서 웅크려 울고 있는 아이를 잠깐씩 내비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이렇게 앉아서 조용히 생각하다보면 또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막상 눈 앞에 맞닥뜨리면 어찌나 울분이 터지는지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고 뭐 다 누리고 산 줄 알아? 나도 힘들었다고!”
고래고래 악을 썼지만
그래 다 누리고 살지 않았기에 내가 더 동생을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일테니까
그렇지만 나도 못난 인간인데 왜 나한테 이런 숙제가 주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