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뭐 해보고 싶어?

by 김지은이


“짜잔! 엄마 여기가 우리집이야.”


엄마가 퇴원하던 날 계약을 마친 새 집에 들어서면서 나는 말했다.

청소를 전혀 안 한 상태여서 방 한 켠에 엄마가 머물 공간부터 급하게 닦았다.

그리곤 노트북을 박스에 올려둔 채 영화를 틀어두고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한 번씩 엄마를 들여다볼 때마다 슬며시 미소짓고 있는 얼굴이었다.


“엄마 영화보는거 좋아하는 줄 몰랐네.”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원래부터 좋아했다고 하진 않은 것 같은데,

그냥 보다보니 재미있더라고 했던가?


간신히 엄마와 함께 살 공간을 마련하고 같이 살기 시작했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다고 해서 그 뒤엔 매끈한 포장도로가 펼쳐지는건 아니었다.

새로 생긴 걱정거리는 내가 출근하고 난 뒤엔 엄마가 장시간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이 집에서 뭘 하고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그래, 엄마가 영화를 보며 즐거워했었지.

나는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틀어두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골랐는데 자동으로 몇 시간이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며 쭉 재생되는걸 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엄마 스스로는 영상의 음량조차 조절하지 못한다는건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었다.

한 번 틀어두고 나가면 반나절은 그대로 화면을 쳐다볼 엄마이기에 차츰 아침마다 질문을 했다.


“엄마 오늘은 뭐 틀까? 뭐 보고싶어?”

“소리는 이 정도면 될까? 좀 더 크게 할까?”

“화면 더 밝게 할 수도 있는데 밝게 해볼까?”


우리는 경험을 통해 엄마의 취향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효리네 민박 그거 좋더라 보고 있으면 편안해.” “오늘은 덕선이 나오는거 보자.”

보다 명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 노트북 화면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질리는 듯 했다.

화면 속 사람들은 바지런하게도 움직이며 삶을 사는데 가만히 앉아서 그걸 보는건 다소 복잡한 심경이지 않았을까 짐작도 해본다.

어느 날은 뜨개질 실을 사달라고 했다가,

또 어느 날은 주방에서 한참을 요리를 하다가,

어느 날엔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책의 한 장면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너무 안간다고, 하루가 너무 길다고 말하곤 했다.


하루종일 일하고 나면 내 시간이라곤 없는 나에게는 사치스러운 말로 들리기도 했다.

다른 한 편으론 엄마가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열정적으로 재료들을 사오고 함께 앉아 조물거리기도 했던 것들이

다 허사로 느껴져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다 격한 감정을 가라 앉히고 다시 곰곰 생각해보니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더라.

엄마에겐 아무 일도 없는, 그러니까 어떤 걱정거리나 시끄러운 불화가 없는 평화로운 여가시간이 낯선 건 아닐까 싶었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어리둥절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가 하루종일 일하며 우리를 키운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편하게 산 건 전혀 아니었을테니까.

나와는 결이 다르더라도 또 다른 전쟁통 같은 시간을 견디며 살았을 것이다.


엄마가 요리를 만들면 입에 음식을 가득 넣고서도 칭찬을 끝없이 하고

종이접기가 재미있다고 하면 무늬도 다양하게 색종이들을 사다 나르고 종이접기 책을 주문한다.

책을 읽고 싶다고 하면 같이 인터넷 서점 화면을 들여다보며 책을 고르고

필사에 열심일 땐 필기감이 좋고 색깔이 예쁜 펜들과 노트를 짜잔 내민다.


나는 엄마를 참 모른다.

근데 엄마도 자신을 참 모르는 것 같다.

이제서라도 적극적으로 궁금해해야지.

내가 궁금해하면 엄마도 대답해주려고 생각하게 되겠지?

엄마에게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책을 선물했었다.

그래 너무 늦은 때는 없으니까

나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엄마의 취미를 응원하고 지원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