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 문을 열면 해피가 우다다 뛰어나온다.
"어구 그랬쪄 오늘 잘 보냈쪄? 밥은 먹었쪄? 엄마 말 잘 들었쪄?"
마스크를 벗고 해피와 입을 맞춘다.
집 안에선 갓지은 밥냄새가 난다.
뒤따라 나온 엄마는 우리의 감동적인 반나절만의 재회장면이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옷을 갈아입고 세수만 후딱 한 뒤 엄마가 지어둔 밥과 찌개를 먹는다.
다 먹고나면 상을 치우고 이제 내 시간을 갖고 싶지만 해피에겐 어림없는 소리.
같이 뒹굴다가, 산책도 다녀오고, 간식도 챙겨주고 나면 해피도 날 좀 봐준다.
등돌리고 앉아 간식에 열중한 해피 몸에 얼굴을 붙이고 누워있으면 평온하다.
퇴근 후 할 일 목록은 항상 길지만 나는 어느새 잠에 빠져든다.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5분만..." 잠투정을 하다가 겨우 일어나 다시 출근준비를 한다.
때로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기도 한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엄마를 끌어안으면 등을 토닥이며 "오늘도 화이팅, 너가 짱이야."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들로 응원해준다. 너무 좋다고 발을 동동거리며 엄마한테 주접을 떨고는 집을 나선다.
"해피! 오늘도 엄마 말 잘 듣고! 이따봐~ 엄마도!"
해피의 땡그란 눈에, 엄마의 아이같은 얼굴에 손을 흔들며 문을 닫는다.
한동안 꿈일까 의심했던 나의 평범한 일상
편하고 좋은 것엔 어찌나 쉽게도 익숙해지는지 이젠 지나간 일들이 꿈처럼 여겨진다.
2019년 9월 6일은 아직도 날짜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가스렌지 하나가 옵션의 전부였던 이 집에 이사와 밤새 청소하며 잠든 엄마와 동생을 이따금 바라보았던 날.
앞으로 꽃길만 펼쳐진다는 보장을 받은 것도 아니면서 그저 다행스럽고 평온했던 그 밤.
우리가 함께 사는건 정말 잘한 결정일까?
결국 내 마음 편하려고 택했던 방향들이면서도 완전히 나 하나만을 생각하고 내 몸이나 건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 번씩 든다.
혹시 이런 쓸데없는 후회나 하는 시간에 조각조각 나 있는 그간의 기억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되짚어보면 어떨까?
후회 뒤에 남는 건 별 거 없다는걸 여러 번 느꼈으니 이번엔 이렇게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