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야, 우리 같이 살자

by 김지은이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걸 소망하긴 했지만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어릴 적 떠나보낸 또순이와 까미를 떠올릴 때면 욱신거리는 느낌도 큰 제어장치가 되곤 했다.


엄마가 강아지를 데려오면 어떻겠냐고 했다.

너무 외롭다고 했다.

하고 싶은거, 갖고 싶은거 있느냐고 물어도 늘상 없다고 말하기 일쑤인 엄마였는데

묻기도 전에 말을 꺼내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


“여기엔 친구가 없잖아. 강아지가 있으면 덜 외로울 것 같아. 나도 강아지 따라다니면서 뒤치닥꺼리 하면 할 일도 생기고 좋을텐데.”


나는 엄마의 어린아이 같은 면을 싫어했다.

현실감각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이 순진하고 때때로 천진난만했다.

그러다가도 살아온 세월은 무시할 수 없는지 정곡을 찌르는 말은 또 곧잘해서 얄밉기도 했다.

강아지 데려오려면 입양비에, 데려오고 나서 매달 들어가는 사료값에, 병원비에, 산책도 시켜줘야 하고…

조목조목 읊고 있으면 엄마는 제대로 듣지도 않는 것 같았다.


“강아지 데려오면 말야 이름을 뭘로 하면 좋을까?”


며칠이 지나고서도 반짝거리는 눈으로 뜬금없이 말하는 걸 보니 안하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는게 좋았으니까 그런 면이 유지되도록 지켜주고 싶었다.




가능한 유기견으로 데려오려고 어플을 여러 개 깔아 엄마와 같이 아이들의 사진도 들여다보고

몇 군데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연락하는 곳마다 이미 데려가기로 한 사람이 결정되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엄마는 시무룩해했다.


한 일주일 정도는 퇴근길마다 애견분양샵에 들렀다.

유난히 의기소침해 보이는 하얀 푸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직원이 말했다.


“한 번 안아보실래요? 걔는 입양시기를 놓쳐서 너무 컸어요. 그래서 좀 저렴해요.”


아이는 어떻게 안겨야 할지 모르고, 나는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몰라 서로 엉거주춤했다.

그 따뜻한 아이를 꼭 안고 있다가


“근데… 얘는 계속 입양을 못 가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 그러니까 최대한 보내는게 좋으니까 가격을 좀 낮춰서라도 말씀드리고 있는거거든요.”


나는 그 낮췄다는 가격도 감당할 수 없는 선인 듯 해서 아이를 다시 플라스틱 박스 안에 넣어두고 그 곳을 나왔다.

미리 검색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듣는 백만원이 넘는 분양가에는 헉소리가 나왔다.


어느 조명이 희뿌연한 샵에서는 온통 주먹만한 아이들만 낑낑거리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쭈구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눈길이 가는지 그 샵에서도 그런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직원도 함께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던 도중에 아이가 갑자기 빳빳하게 멈춰서서 경련을 일으키듯 몸을 떨었다.

그리곤 항문에서 피가 주르르르 나왔다.


“잠시만요…”


직원이 다른 직원을 불러오고, 불려온 직원은 신경질적인 얼굴로 네모난 문을 열어 젖히더니 아이를 휙 들어서 어딘가로 들어가버렸다.

저 아이가 대체 어디로 들려가는지, 들어가면 제대로 치료를 받는지, 애초에 제대로 케어가 되고 있었다면 왜 여기서 피를 흘렸는지..

멍한 와중에도 여러가지 의문이 머릿속에 피어났지만 나는 그저 그 곳을 그대로 나오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아이를 보고 난 뒤 애견샵에서의 입양은 포기했다.



어플을 반복해서 들여다보고, 반복적으로 보게 되는 아이들의 사진이 늘어가던 즈음에

가정분양을 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듯한 꼬물이를 찍은 사진 밑에 아이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까지 적어두었다.

분양지는 경기도 수원으로 꽤 먼 길이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화색도는 얼굴이 내 행동력을 높여주었다.


우리는 처음엔 여자아이로 데려오려고 했는데 한창 가고있던 도중 분양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 어쩌죠? 먼저 오신 분이 여자아이를 데려가기로 하셔서.. 지금 남자아이만 둘 남게 되었습니다.

남자아이도 괜찮으시다면 오셔도 됩니다..]


엄마에게 이 사실을 전하니 엄마는 왜 갑자기 말이 바뀌느냐며 불안해했다.

그런 엄마의 불안을 달래다가, 목청을 높여 싸우기도 했다.

엄마의 불안을 끝까지 보듬기엔 나는 인내심이 너무나도 최하인 인간이다.

난 엄마의 좋은 면만 보고 싶어하는 걸까?


“아 몰라몰라! 여기까지 왔으니까 일단 가볼거야!”


막무가내로 강아지를 넣을 이동장까지 사서 약속장소로 방문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엔 햇빛이 너무 뜨겁게 느껴졌는데

그 집에, 강아지들이 있는 거실에 들어오는 햇빛은 어찌나 찬란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웠는지

나는 잠깐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우 어떡해… 정말 작다… 너무 예쁘다…”

“한 번 안아보셔도 돼요. 이제 둘 남았는데, 이름도 일부러 안 지었어요. 정들까봐.”

“그러셨구나..”

“사실 이럴 땐 한 눈에 딱 꽂히는 아이가 있기 마련인데, 누가 더 마음에 드세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둘 다 너무 예뻐서…”


울타리 밖으로 꺼내주니 그 조그만 다리로 사료봉지로 달려가는게 어찌나 웃긴지

분양자 부부와 함께 잠시 박장대소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곤 두 아이 중 좀 더 덩치가 큰 아이로 데려가기로 했다.


“작은 애는 아무래도 부모님 옆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데려가면 안 될 것 같아요..”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찍은 사진들 몇 장과 사료, 배변패드 등을 챙겨주셨고

입양비를 입금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부모님 곁에서는 호기심이 그렇게 왕성하던 아이가 이동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어찌나 떠는지

이동장까지 같이 떨릴 정도였다.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이동장을 토닥거리다가, 멈춰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다시 토닥이며 길을 나섰다.

내가 정말 잘해야겠구나, 나한테 오게 된 게 후회스럽지 않게 잘해줘야겠구나.

이동장의 무게보다 훨씬 묵직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진짜로 데려왔네.”

“그럼 진짜로 데려오지. 귀엽지?”

“어머 세상에 왜 저렇게 작아..”


엄마는 멀찍이 서서 감탄인지 놀란건지 가까이 다가오질 않았다.


“이리와서 봐봐. 너무 예쁘지? 이름을 뭘로 해주지?”

“아니 나는 저렇게까지 작을 줄은 몰랐는데 너무 작다.”


방 안에 이동장을 두고 문을 열어주었다. 이동장이 그나마 익숙한 공간일테니 따로 치우진 않았다.

그리고 그 안에 장난감 치킨을 넣어주었다.

아이는 제 몸집만한 치킨인형을 끌어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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