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잘해야 한다

by 김지은이

"니가 잘해야 한다."


우리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어른들이 내게 자주 했던 말이었다.

나는 삼남매 중 첫째 딸이며 착한아이로 보이고 싶어했기에 어른들은 어쩌면 별 망설임 없이 내게 말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때 어른들은 내게 죄책감을 전가시킨 거였다.


하지만 난 어른들이 그 말을 하기 위해 내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좋았고 내가 어떤 대답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에 온 신경이 매일같이 곤두선 어린애였다.

그래서 꼭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듯이 다부지게 대답하곤 했다.

그럼 "아이고 똘똘하기도 하지."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고 내 마음은 잠시나마 충만하게 부풀어오를 수 있었다.


그게 관심이자 사랑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바보같이.

내게 죄책감은 가장 지분율이 높은 감정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이 좀 더 여유롭게 살지 못하는 것은 다 내가 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 번씩 느끼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악착같이 붙잡았던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세뇌 당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억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대체 내가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내 손으로 돈을 벌고 빠듯하게나마 생계를 책임지게 된 이후 그 때의 그 어른들을 다시 만났었다. 이제 그들은 노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구... 불쌍해서 어떡하누...'


내가 그들의 눈빛에서 느꼈던 것은 그런 생각들이었다.

비록 겉모습일 뿐이지만 내게 꾀죄죄하고 불안정하던 어린애의 모습은 더이상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나는 여전히 불쌍한 어린아이였던 것 같다.

굳이 이렇게 받아들이는 내 마음상태는 어떤걸까? 자격지심일까? 서운함일까?


나는 아마 이 죄책감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는 있을까?

어느 쪽도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같이 살 생각을 하고 행동했을 때 좀 더 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살기엔 너무 버겁지만 이렇게 안하면 살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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