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다보니

by 김지은이


이사하고 얼마 안 있어 추석이 다가왔다.

내 기억에 우리 가족은 명절을 같이 보내본 적이 없다.

남들 하는거 다 해보고 싶었던 어린아이가 아직도 내 속에 남아 있는지 나는 다가오는 추석에 모처럼 한 집에 있게 된 우리 셋이 무엇을 해야할지 나름 즐거운 고민에 빠졌었다.


생각으로는 명절 음식을 직접 다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사온들 어떠랴 음식을 가운데 놓고 같이 둘러앉을 수 있는데.


전집에서 전을 사고, 회사에서 받은 갈비로 갈비찜을 하고, 잡곡밥을 짓고.

노란색, 연두색 쨍한 접시에 음식을 담고 물은 각자의 이름표를 붙여 구매했던 컵에 담아낸다. 아직 식탁 구매전이라 방바닥에 차려놓고 (그래도 처음과 달리 맨 방바닥이 아닌 쇼핑백을 넓게 펼쳐 마련한 임시 테이블을 놓고) 식사를 시작했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의 햇빛이 음식들을 반짝거리게 만들어주었다.

원색의 접시들도 그렇지만 꼬지전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어찌나 예쁘던지. 또 나 혼자 너무 예쁘지 않아? 감탄을 연발하느라 음식은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이브가 더 설레듯이 음식들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설렜고 막상 함께 먹는 시간은 조용했다.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이 문득 떠오른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어느 작은 마을이 무대였는데 이 마을엔 각 집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크리스마스용 전통음식 레시피가 따로 있다고 했다.

난 그 때 우리 집에도 전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명절엔 누구나 할 법한 것들을 흉내내려 노력했지만 다음 명절엔 우리만의 어떤 레시피를 만들어볼까?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을 모아볼까? 놀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 집안의 초대 전통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것도 나름 멋있지 않나?

매거진의 이전글니가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