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도 노동이다.'
이 문장을 두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집안일이 뭐 대단한 거라고 노동이래?"
"집에서 쉬면서 하는 거 아냐?"
대개 이런 반응은 집안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거나,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수고를 당연하게 여겨온 사람일 확률이 높다.
반대로 “그래, 집안일 힘들지. 티도 잘 안 나고 끝도 없지.” 라며 읽어 내려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지만, 집안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집이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 속 사모님처럼 브런치를 즐길 시간도 없고, 내 시간도 없다.
시간을 아주 잘게 쪼개 갈아 넣어야 한다.
직장인은 주 5일이지만, 집안일을 전담하는 사람에게는 365일 내내 일이 있다. 주 7일제다. 그래서인지 집안일도 회사일도 둘 다 해내는 사람들이 멋찌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의 출근 준비부터 시작된다.
입을 옷을 전날 챙겨놨는데도 꼭 나를 불러 찾는다.
잘먹지 않는 아침이지만 간단하게나마 챙겨줘야 한다.
남편을 배웅하고 문을 닫는 순간, 본격적인 집안일이 시작된다.
아침 청소를 하고, 이틀에 한 번 빨래를 돌린다.
세탁만 두 시간이 걸리고, 건조까지 하면 세 시간이 훌쩍 넘는다.
로봇청소기는 매일 돌린다. 일반 청소기도 필수다.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정오를 향해간다.
혼자 점심을 간단히 먹고, 뒷정리를 하면 오후 1시가 된다.
밥을 먹었으니 쉴까. 아니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간다. 다녀오면 오면 오후 2~3시.
남편의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그 전에 저녁을 해놔야 한다.
우리 집 삼식이는 매일 특식을 원한다.
제육볶음은 기본이고, 못해도 햄볶음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매일 요리를 하게 된다.
남편 밥을 먹이고 치우면 오후 6시 30분.
가끔 운동까지 하고 오면 저녁을 차리고 뒷정리를 하면 오후 7~8시에 마무리 된다.
뭔가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흘러가 버린다.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정작 내 시간이 없다.
틈틈이 하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남편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 취업할 거냐”, “한심하다”라는 말들은 가슴을 찌른다.
분명 임신 준비를 위해 멈추기로 한건데
"퇴사는 너의결정"이라며 윽박지른다.
퇴사 전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회사를 그만둔 건 후회하지 않지만,
내 직업이 사라진 나와 마주하는 일은 참 서글프다.
왜 이렇게까지 소모되고 있는지,
결혼이라는 선택이 나를 이 자리에 데려온 건 아닌지,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남편은 평일도 주말도 시시때때로 부른다.
물 가져와라, 약 가져와라, 햄버거가 먹고 싶다며 사오라 한다.
내 하루와 노력이 너무 쉽게 지워진다.
남편은 "나는 돈버는데"가 일상멘트다. 돈버니 시중이라도 들어라는 소리다.
사람들은 말한다.
“여자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시녀가 되기도 하고, 공주가 되기도 한다.”
그 말이 괜히 가시처럼 남아 마음을 찌른다.
집안일은 누군가에게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도, 당연한 일도 아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는 노동 위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굴러간다.
집안일을 한다고 해서 누가 고맙다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오늘도 집은 내가 움직인 만큼 조용히 굴러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