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 아직 중간에 서 있다
30일 차. 저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로 회사를 떠난 지 30일이 되었습니다.
적응했다고 말하기에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적응하지 못한 것도 아닌 상태입니다. 그 중간쯤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아직도 아침에 아파트 거실에 비친 햇살을 보면 묘한 감정이 생깁니다.
아주 가끔 분노가 솟구치지만, 금방 수그러듭니다.
대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얼마 전, 비슷한 시간을 지내고 있는 분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해 죽겠다.”
“한달 지나니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
“제주도나 해외로 같이 골프 치러 가자.”
이 말을 들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저는 약속이 많아서 바쁩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예전에 들었던 선배님들의 조언을, 요즘은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하루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 경제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습니다.
점심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면 밖으로 나갑니다.
주로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과 함께 합니다.
그 자리는 생각보다 편안합니다.
점심 약속 후에는 제가 선택한 ‘모임’에 나갑니다.
예전부터 몇 가지를 하고 싶었는데 그 중의 하나입니다.
그 시간에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예전처럼 하루를 꽉 채우지 않아도,
하루는 흘러가고, 어느새 끝나 있습니다.
그 사실이 아직은 조금 낯섭니다.
그러다 아주 가끔, 잘 쓰지 않는 물건을 ‘당근’에서 판매합니다.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함께 끊어진 것은 아닙니다.
직함 없이도 이어지는 만남이 있고,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대화가 남아 있습니다.
그 사실이 요즘의 저를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아직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침을 서두르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하루를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오늘로 30일.
저는 여기까지 왔습니다.